[사설]부동산신탁 부실 누가 책임지나

입력 2001-01-18 18:59수정 2009-09-2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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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인 한국감정원의 자회사 한국부동산신탁(한부신)은 임자 없는 회사의 방만한 경영과 부실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삼성중공업이 이달 말까지 어음만기를 연장하는 데 동의함에 따라 가까스로 부도 사태를 모면했지만 한부신의 회생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건설교통부가 중재에 나서 명줄이 조금 연장됐을 뿐 한부신이나 대주주인 한국감정원이 자력으로 어음을 막기는 어려운 형편이어서 사실상 부도가 난 것이나 다름없다.

한부신이 부도나면 관련 아파트를 분양 받은 사람들의 입주가 지연되는 것은 물론 상가 임대차 계약자 수천명과 협력업체 채권은행 등이 1조7000억원 이상의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한부신은 외환은행 등 24개 금융기관과 시공회사에 모두 7729억원의 부채를 짊어지고 있다. 한부신의 부실은 결국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금융기관의 부실로 대부분 떠넘겨질 수밖에 없다.

한부신의 경영이 어려워진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겹쳤다. 자본금 규모(1057억원)에 비해 사업 규모를 무리하게 확장했고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분양이 부진한 탓도 있다. 그러나 근본 원인은 다른 데 있다. 경성그룹에 대한 특혜성 지원과 관련해 98년 두 명의 전직 한부신 사장이 검찰에 구속되면서 방만하고 부패한 경영의 실상이 일부 드러났다. 경성그룹에만 수천억원대의 특혜 지원이 이루어졌고 다른 11개 기업에도 수백억원씩 특혜 지원한 사실이 밝혀졌다.

건설교통부나 정치권에서 낙하산으로 내려온 사장들이 철저하게 득실을 따지지 않고 돈을 아무데나 쏟아 부어 투자실패를 불렀고 정치권의 부당한 압력을 받고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기업의 부동산을 마구잡이로 신탁 받으면서 골병이 든 것이다.

한국감정원은 98년 한부신에 대한 투자손실이 268억원이나 발생했는데도 직원들에게 16억여원의 특별상여금을 지급했다. 민간 기업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모럴 해저드다. 한부신 같은 회사를 민간 부문에 맡기지 않고 공기업의 자회사로 출범시킨 것부터가 잘못이다.

한부신은 정부 재출자 기관임에도 99년 처음으로 감사원 감사를 받을 만큼 감독이 소홀한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었다.

한부신을 부실덩어리로 만들어놓은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 추궁이 따라야 한다. 한부신 부도 위기를 계기로 43개 공기업 자회사 전체에 대해 철저한 점검을 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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