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의 명품이야기]英도자기 '웨지우드'

  • 입력 2001년 1월 18일 18시 50분


식생활에 대한 관심이 부쩍 증가하고 미식가들은 ‘혀’를 즐겁게 하기 위해 이름난 식당을 찾아다닌다. 이때 음식맛도 중요하지만 이를 담아내는 그릇은 식탁의 품격을 결정하는 중요변수. 음식문화를 예술의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역할도 한다. 아내가 무쳐낸 봄나물이 잘 어우러지는 접시에 담겼을 때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미각의 ‘전희(前戱)’를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는 중국을 기원으로 해 ‘차이나(China)’라 불리는 그릇이다. 도자기는 흙의 배합과 유약에 따라 빛깔과 투명도가 달라지며 굽는 온도는 견고함이 결정된다.

그래서 한점 한점이 생활용기의 차원을 넘어 만든 이의 혼이 담긴 ‘장인예술’의 산물로 평가받는다.

영국의 대표적인 생활도자기업체 ‘웨지우드(wedgewood)’는 240년동안 영국 왕실과 가정의 식탁에서 사랑을 받아오며 ‘여왕의 자기’로 칭송받는 브랜드다. 1759년 도예가 ‘조사이어 웨지우드’의 장인정신에서 탄생했다. 대를 이어 정신을 계승해온 자손과 끊임없이 열광해준 영국인들에 의해 세계적 명성을 얻은 영국식 ‘한우물 파기’의 대표기업.

소뼈를 이용한 ‘본 차이나’(Bone China)를 처음 개발한 웨지우드는 고강도의 품격있는 도자기를 선보이며 세계 여성들에게 ‘보석같은 자기’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개인적으로 귀한 손님이 올 때만 어머니가 꺼내놓던 뽀얀 상아색 웨지우드 접시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기억의 촉매’.

명품으로 웨지우드의 가치는 역사적 전통보다 식탁의 주인인 여성들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한데서 나온다. 동서양의 다양한 주제를 디자인에 접목해 세계를 무대로 마케팅을 펼친 것도 주효했다.

진정한 명품은 ‘감상의 도구’가 아니라 생활속에 깊숙이 자리한 실용성에 뿌리를 둬야 한다. 웨지우드는 ‘아름다운 실용성’이라는 명품의 속성을 가장 잘 담아낸 제품이다. 청자나 백자의 고유한 빛깔을 빚어낸 우리 조상의 솜씨를 현대감각에 맞춰 개발하고 세계를 상대로 판매할 수 있기를 진정으로 기대해본다. 홍 성 민(보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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