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 업]BBC CNN 분석/ 후세인 서방제재 역이용 권좌 유지

  • 입력 2001년 1월 18일 18시 34분


17일은 미군을 주축으로 한 서방국가 연합군이 이라크를 상대로 벌인 이른바 ‘걸프전’ 개전 10주년. 영국 BBC 방송은 이날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64)이 패전에도 불구하고 10년째 건재한 이유를 공포정치와 대중심리조작술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미 CNN 방송은 이라크 군이 당시 저지른 방화와 원유 방류 등 환경 파괴 범죄의 후유증이 아직도 크다고 전했다.

▽후세인 건재 이유〓후세인 대통령은 8년간의 이란―이라크 전쟁과 걸프전을 치르며 이라크를 폐허로 만들었지만 22년째 집권하고 있다. BBC는 이처럼 건재한 이유로 두가지를 들었다. 우선 그는 스무살인 56년 쿠데타에 참가한 이래 정치권에 몸담아 오면서 적자생존의 원칙을 뼈저리게 체득했다. 그는 소수의 충성파를 동원해 반대파를 무자비하게 짓누르는 공포정치를 활용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서방의 제재조치를 역이용해 대중심리조작술을 동원해 권력기반을 강화하는데 성공한 것. 그는 걸프전 10주년 기념연설을 통해 “우리는 신을 모독하는 악마의 추종자들과 성전을 벌여 승리를 거뒀다”며 미국 등 서방세계에 대한 이라크인의 적개심을 부추겼다. 이집트를 방문중인 타하 야신 라마단 이라크 부통령은 이날 “국민의 99%가 여전히 쿠웨이트를 이라크의 영토로 믿고 있다”고 말해 이라크인들이 쿠웨이트 침공을 결정했던 후세인을 아직도 강력하게 지지함을 시사했다.

▽후세인 이후 전망〓서방 정보통들은 후세인 대통령이 최근 자주 방송에 모습을 나타내며 건강을 과시하고 있는 것은 중병을 감추기 위한 쇼로 보고 있다. 후세인이 건강 악화로 권좌에서 내려가더라도 반드시 국제사회에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고 BBC는 분석했다. 권력을 상속할 수밖에 없는데 장남 우다이는 난폭하고 예측불가능한 성격. 차남 쿠사이는 혁명보위대 등을 이끌고 있으나 권력기반이 취약하다.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과 남부 시아파 세력이 반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커진다. 두 세력은 걸프전 직후 반란을 시도했으나 화학무기와 무차별 공습을 동원한 이라크에 밀려 패퇴했다.

▽걸프전 후유증〓걸프전 당시 이라크군은 쿠웨이트에서 퇴각하면서 700여개의 유정에 불을 질렀다. 또 걸프전이 끝난 뒤 1100만배럴의 원유를 방류해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 해안선 1300㎞와 걸프만을 오염시켰다. 98년경 걸프만의 산호초가 소생하는 등 복구기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수중산소량 부족과 식물성 플랑크톤 증가로 물고기가 숨지는 등 부작용이 남아있다고 CNN방송은 지적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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