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미국 캘리포니아 단전사태…州정부 비상선포

  • 입력 2001년 1월 18일 18시 34분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에 17일 제2차 세계대전이후 처음으로 단전 조치가 취해졌다. 또 그레이 데이비스 주지사는 오후 10시를 기해 주 전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단전 조치로 이날 오후 1시(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를 포함한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에 전력 공급이 전격 중단됐다.

▽단전 지역〓전력 공급이 중단된 지역은 첨단 기업이 몰려있는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새크라멘토 오클랜드 등 샌프란시스코 근교 도시들이 대부분 포함됐으며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중간에 위치한 베이커즈필드까지 영향권에 들었다. 단전 조치가 내려지자 해당 지역에서는 사무실과 각종 공장시설, 심지어는 가로등과 교통신호등까지 전력 공급이 끊기면서 주민 60만명이 큰 불편을 겪었다. 주전력통제기관인 캘리포니아 독립시스템 운영국(ISO)은 전력수급 사정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 18, 19일에도 단전 조치가 계속되며 해당 지역은 남쪽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단전 이유〓단전 사태까지 몰고온 캘리포니아 전력난은 다른 주의 전기공급회사들이 캘리포니아주 2대 전기소매사인 태평양가스전기(PG&E)와 남캘리포니아주에디슨(SCE)에 전기를 팔지 않고 있기 때문. 로스앤젤레스 샌디에이고를 제외한 주 전체 2400만명에게 전기를 공급하는 PG&E와 SCE는 현재 110억달러의 채무를 안고 있으며 곧 부도가 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다른 주의 전기도매사들이 거래를 꺼리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97년 전기시장을 민영화하면서 전기소매사들이 타주에서 전기를 구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으나 소비자를 위한 절충안으로 당시 소매가를 2002년까지 동결시켰다. 소매사들은 전기수요 급증으로 도매가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상분을 소매가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파산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사태해결 전망〓캘리포니아 주의회는 주정부가 다른 주의 전기공급회사로부터 직접 전기를 구매해 PG&E와 SCE에 저가에 판매하도록 하는 법안을 16일 가결했다.

그러나 주정부가 전기를 직구매하는데는 한달 이상 걸리는 반면 PG&E와 SCE는 일주일내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들 전기소매사에 대한 주정부의 획기적인 채무경감 조치가 내려지지 않는 한 단전 사태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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