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유호열/북한의 '신사고'를 주시하자

  • 입력 2001년 1월 16일 18시 43분


연초부터 북한이 발빠른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4일자 노동신문에 게재된 '21세기는 거창한 전변의 세기, 창조의 세기이다' 라는 제목의 김정일국방위원장의 발언은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관점에서 국가를 경영하겠다는 김위원장의 신사고(新思考)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김위원장의 중국 방문과 관련해 그의 신사고에 대한 관심과 비중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김위원장 中모델에 기대 큰듯▼

김위원장이 이 시점에서 신사고를 제기한 배경은 몇가지 복합적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첫째, 북한이 처한 경제적 낙후성과 체제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기존의 경제운용방식으로는 도저히 안되겠다는 평가를 내렸을 것이다. 식량난은 남한을 비롯한 외부의 지원으로 극복이 가능했지만 경제발전은 외부 지원만으로는 달성될 수 없다. 주민들에 대한 경제적 동기유발을 허용하지 않고 급속한 과학기술시대에 적응하지 않고는 경제강국 건설은 공염불에 그칠 뿐이다. 따라서 '사회주의 건설의 역사적 교훈' 에서 체득한 진리인 사상교양사업을 끊임없이 강화시켜나가면서도 이같은 현실적 상황에 부응하기 위해서 신사고라는 새로운 명제를 제시한 것이다.

둘째, 지난 20여년 동안 개혁 개방을 추진해온 중국의 사회주의식 발전 모델에 대한 새로운 기대감이 커졌을 것이다. 중국식 모델은 기존의 공산당 중심의 정치체제는 유지하면서 시장경제 기재를 전면적으로 도입해 경제발전을 도모하는 동시에 통일문제에 대해서는 일국양제(一國兩制) 방식을 적용하는 것인데 이에 대한 북한의 최종 평가가 긍정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과거 사회주의권의 개혁 추진 과정에서 기존의 정치질서가 붕괴된 것과 달리 중국의 정치체제는 건재하며 '제국주의자들의 음모' 와 '내부 배신자들의 준동' 에도 불구하고 상당기간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중국이 남한과의 관계개선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북한을 지지하는데 대한 확신이 섰기 때문에 자신있게 신사고를 제창했다.

셋째, 새로 출범하는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의 대한반도정책에 대응해 새로운 전략과 방안이 수립돼야 했을 것이다. 지난 8년간 클린턴 행정부에 대해 핵과 미사일 문제를 적절히 활용해 성과를 거둔 반면 새로운 부시 행정부와는 기존 방식으로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위원장의 신사고가 기본적으로 경제발전방식의 전환에 초점을 두고 있으나 대미관계의 개선이 북한경제 회생의 관건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대미관계 구축은 향후 더욱 절박한 과제일 수도 있다. 이런 대미관계 개선에 대한 메시지를 김위원장은 신사고 제창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하면서 대내적인 분위기 조성을 기하고 있다.

넷째, 지난 해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 진전의 대차대조표를 북한측 입장에서 검토할 때 명분과 실리 등 모든 부문에서 기대했던 것보다 많은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을 것이다. 새해 들어 본격 추진될 개성공단 건설과 경의선 개통 등 새로운 남북경협시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신사고에 따라 주민들의 사상 및 운용시스템을 앞장서 정비하려는 것이다. 더구나 예정된 김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앞두고 북한 엘리트들이 수령 의 선진 영도를 중심으로 결속하는데 신사고는 매우 유용한 지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낙관말고 철저한 대비를▼

이같은 김위원장의 신사고에 대해 우리 정부는 희망섞인 기대에 앞서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김위원장의 신사고가 북한이 처한 문제를 진단함에 있어 현실적일 수는 있으나 그 해결 방안이 주민들의 삶의 질을 고양시킴으로써 체제의 안전을 도모하는 중국식 모델을 따를 것이라는 것은 아직 검증되지 않고 있다. 신사고를 제창하면서도 동시에 '수령 결사옹위' '선군정치' 등 기존의 정치사상적 토대를 강화하고 남북문제의 자주적 해결과 '연방제' 통일을 유독 강조하는 최근 북한의 행태에 대해서도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이다. 특히 신사고를 통해 중국과 더욱 밀접해지고 있는 북한이 새로운 미중관계에 따른 동북아정세에 어떤 변화를 조성할 것인지, 그리고 한반도에 대해 영향력이 급증하고 있는 중국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유호열(고려대 교수·북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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