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 선진국에서 배운다]"집이면 집" 한우물만 판다

  • 입력 2001년 1월 16일 18시 35분


미국 동북부 온타리오 호수 연안의 중소도시 로체스터. 세계적 사진영상업체 이스트먼 코닥, 로체스트 공과대학으로 유명한 이 곳에 또 하나의 명소가 생겨났다. 미국 최대 주택임대 전문 리츠업체인 ‘홈프라퍼티즈(Home Properties)’.

홈프라퍼티즈는 90년대 이후 가장 눈부신 성장을 거둔 리츠업체로 꼽힌다. 94년 뉴욕증시 상장 당시 소유하던 아파트단지는 15개에 불과했지만 7년만에 300개로 불어났다. 가구수도 10배 이상 늘어나 4만9824채, 회사의 시장가치도 16배나 증가한 20억달러에 이른다. 성장비결이 궁금했다.

“주택임대 한 분야에만 집중하고 고객의 요구에 귀를 기울인 덕분이지요.”

이 회사 재무책임자(CFO) 데이비드 가드너씨의 대답. 전문화와 고객만족이 포인트라는 얘기다.

사실 전문화는 홈프라퍼티즈 뿐 아니라 대부분의 미국 리츠업체들이 지키는 철칙이다. 전미리츠협회(나리트·National Association of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 상담역 다라 프리드만씨는 “미국 리츠업체는 주택이면 주택, 사무실이면 사무실 등 한 종류의 부동산에만 자산을 운용한다”며 “둘 이상의 부동산에 투자하는 업체는 전체의 9%”라고 말했다.

홈프라퍼티즈는 새 건물을 사들이지 않는다. 10년이 지난 건물을 사 주택 수요자들의 구미에 맞게 뜯어고친 뒤 임대한다. 연간 임대수입이 건물 구입비의 10% 이상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서야 매입을 결정한다. 안정된 수익을 보장하는 이같은 운영방식도 주택 한 분야에만 특화한 결과다.

고객관리도 철저하다. 이 회사 아파트에 입주한 뒤 한 달 이내에 불만이 생기면 임대료를 내지 않고 이사해도 된다. 입주 후 일정기간내 직장을 잃거나 다른 곳으로 직장을 옮기게 돼도 마찬가지.

이 때문에 임대료가 조금 비싸더라도 수요자들이 끊이지 않는다. 약 5만가구의 주택 중 비어있는 곳은 항상 5% 이내. 높은 임대수익률은 투자자(주주)들에게 연 8%선의 안정된 배당을 가능케 한다. 주가상승에 따른 이익은 보너스다.

시카고에 본사를 둔 빌딩전문 리츠회사 ‘에쿼티오피스(Equity Office)’에서도 ‘고객 제일주의’ 원칙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무실에 들어서면 고객용 컴퓨터가 첫 눈에 들어온다. 화면을 몇 차례 두드리기만 하면 수요자가 원하는 모든 빌딩정보가 나온다. 이 회사 소유의 빌딩에 사무실을 마련하면 임대기간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고 컴퓨터와 책상, 전화, 가구 등 다양한 부대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에쿼티오피스는 철저한 분석을 거쳐 연간 임대수익률이 11%를 넘을 때만 빌딩을 산다. 이는 효율적 임대 관리체계와 맞물려 매년 이 회사 주가의 5.6∼6% 정도를 투자자에게 현금배당하는 밑거름이 된다.

미국 전역에 380개 빌딩을 갖고 있는 이 회사의 시가총액(주식수×주가)은 90억달러(한화 11조5740억원). 우리나라 거래소시장에 오면 포항제철을 제치고 시가총액 당당 5위.

미국 리츠업체의 수익은 대부분 부동산 임대료에서 나온다. 리츠업체가 안정된 수입을 얻는 것은 결국 효율적인 임대 및 관리시스템과 함께 ‘소유보다 임대’라는 개념이 정착된 미국의 특성 덕분인 셈이다.

libra@donga.com

<인터뷰 : 키스룩 에쿼티오피스사 홍보담당>

“빌딩을 사고 팔아 차액을 남기는 것은 리츠회사의 목적이 아닙니다. 효율적인 소유, 관리, 임대를 통해 안정된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게 중요하지요.”

미국 최대 리츠업체인 ‘에쿼티오피스’ 홍보(IR)담당자인 피터 키스룩씨(사진). 그는 리츠업체가 매매차익을 노려서는 투자자들이 맡긴 돈을 결코 안정적으로 불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특정지역의 임대료와 임대수요, 빌딩값을 감안해 투자자들에게 안정된 배당을 해 줄 수 있다는 확신이 설 때 빌딩을 매입한다. 빌딩 외에는 아무리 좋아보이는 부동산이라도 곁눈질하지 않는다.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무실 임대계약기간이 보통 3년, 최장 15년으로 다른 부동산에 비해 길기 때문에 몇 년 뒤의 임대료 수입까지 예측할 수 있어 수입이 장기적으로 안정된다는 얘기다.

그는 “사무실 수요가 모든 업종에 걸쳐 있어 특정산업이 불황에 빠져도 임대수요는 별 변동이 없다”고 말했다. 경기변동에 따른 위험도 적다는 얘기.

에쿼티오피스는 미국 전역에 2100명에 이르는 자산관리자, 빌딩엔지니어, 임대전문가를 직원으로 두고 있다. 지나치게 인력이 많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은 리츠도 ‘사람장사’란다.

“한국에서도 리츠가 조기에 정착되려면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임대 관리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그는 권고했다.

<시카고〓이은우기자>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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