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해외논단]로렌스 J 코브/'DD―21 구축함' 건조 논란

  • 입력 2001년 1월 16일 18시 35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기간 중에 국방예산을 적절하게 유지하면서도 미군의 현대화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두 마리 토끼를 쫓겠다는 이 약속이 DD―21 구축함으로 인해 커다란 시련을 겪게 될 것 같다. DD―21 구축함은 전기를 동력원으로 하는 스텔스 전함으로서 해상에서의 전투수행은 물론이고 전세계 어디에서나 수백㎞ 내륙에 있는 적까지도 공격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하지만 만약 부시가 자신의 약속을 정말로 지킬 작정이라면, 이 구축함 건조계획을 취소해야만 한다.

이 구축함은 기술적으로는 앞서 있다고 하지만 비용만큼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 않다. 같은 비용을 들였을 때 훨씬 더 효용이 높은 배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DD―21 건조계획을 취소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 건조계획은 현재 상원 군사위원회의 존 워너 의장과 상원의 다수당 원내총무인 트렌트 로트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게다가 해군은 이 스텔스 전함이 “군사기술면에서 미국을 몇 세대 앞선 나라로 이끌겠다”는 부시의 약속을 실현시켜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DD―21을 만드는 데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건조과정에서 재정적 기술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32척의 스텔스 전함을 만들기 위해 250억달러를 지출하게 될 것이다. 한 척에 약 7억5000만달러가 드는 셈이다.

이는 DD―21과 마찬가지로 공해상에서 다른 나라의 대규모 해군부대에 맞서는 것을 주임무로 하고 있는 기존의 DD―963 구축함이나 FFG―7 유도 미사일 프리깃함의 건조비용보다 훨씬 더 비싼 것이다.

그렇다면 DD―21의 대안은 무엇일까? 선거기간 중에 부시는 DD―21의 개발초기 형태인 이른바 병기함의 건조에 찬성했다. 병기함은 DD―21과는 달리 공해상에서 전쟁을 수행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건조비용은 절반밖에 들지 않는다. 또 DD―21의 크루즈 미사일 적재량이 겨우 120개밖에 되지 않는 데 비해 병기함은 500개나 된다. 그리고 DD―21에는 95명의 선원이 필요한 반면, 병기함에는 그 절반만 있으면 된다. 게다가 DD―21은 모든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2010년이 되어서야 작전에 투입될 수 있는 반면 병기함 제작에는 시간이 절반밖에 들지 않는다.

부시는 DD―21 건조계획의 취소와 관련된 어려움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10년 전에 당시 국방장관이던 딕 체니는 V―22의 건조계획을 취소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해병대, 방위산업체, 의회 등의 거센 반발에 굴복하고 말았다.

1999년 의회가 F―22 제작계획을 취소시켰을 때에도 합참과 국방장관이 한결같이 이 결정에 반대하는 바람에 결국 의회의 결정이 뒤집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부시는 DD―21이 건조된다면 국방비를 적절하게 유지하면서 군을 현대화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http://www.nytimes.com/2001/01/15/opinion/15KORB.html)

▽필자〓로렌스 J 코브(국제관계위원회 부위원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