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황호택/타이거 우즈 드림

  • 입력 2001년 1월 16일 18시 31분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 내정자인 콘돌리자 라이스 스탠퍼드대 교수는 어렸을 적 음악 재능이 뛰어나 피아노 연주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콘돌리자’라는 이름은 ‘부드럽게’라는 뜻을 지닌 이탈리아 음악 용어에서 따온 것이다. 그러나 덴버대학에 들어가고 나서 음악에서 대성할 소질이 없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전공을 정략과 음모가 꿈틀거리는 국제 무대로 바꾸었다. 그녀는 냉전 시기에 크렘린 내부 사정에 정통해 “소련의 어느 누구보다도 크렘린 사람들을 더 잘 안다”는 말을 들었다.

▷세계의 경제대통령이라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줄리아드 음대를 다니던 음악도였다. 그는 악단에서 색소폰 클라리넷 플루트 등을 연주했다. 그는 훌륭한 연주자였을 뿐만 아니라 악단의 장부 정리와 재즈 연주자들의 세금 정산을 도맡아 해 줄 만큼 회계에도 밝았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음악의 무대에서는 2류밖에 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뉴욕대학에서 경제학 공부를 시작했다.

▷미국 프로골퍼 타이거 우즈는 명문 스탠퍼드대학에 4년 장학금을 받는 조건으로 입학했으나 96년 프로로 돌면서 중퇴했다. 골프 역사를 새로 쓰는 선수에게 스탠퍼드 졸업장 같은 것은 별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세계의 수많은 부모와 청소년들이 그의 명성과 부귀를 탐내며 타이거 우즈 드림에 사로잡혀 있다. 겨울방학 중 태국에서 골프 연수를 하는 한국 학생이 3000여명에 이르고 호주에 600여명이 북적거린다는 소식이다. 이 모든 청소년들이 한 세기에 한 명 나올까 말까한 타이거 우즈가 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타이거 우즈는 세 살 때 9홀을 48의 스코어로 돌았다는 기록이 있다. 믿어지지 않는 스코어다. 음악 미술이나 스포츠는 피나는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어느 정도 타고난 재능이 받쳐줘야 한다. 라이스나 그린스펀 같은 세계 최고의 일류도 정확한 자기 검증을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았더라면 이름없는 2류로 시들어갔을 것이다. 대학 입학시험 철이다. 적성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허상을 쫓아 대학 간판이나 전공을 선택한 학생도 많을 것이다.

<황호택논설위원>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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