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형근의음악뒤집기]미래적 사운드, '테크노'에 대하여

  • 입력 2001년 1월 16일 11시 45분


테크노라는 음악 장르가 대중의 귀에 자리 잡게 된 것은 99년 666의 'Amokk'라는 곡이 히트하면서부터이다. 하지만 당시 히트했던 666의 음악은 전통적인 테크노 음악이라기보다 유럽 댄스 음악에 리듬이 반복되는 테크노 양식을 빌린 것이었다.

90년 중반 '케미컬 브라더스' '언더 월드' 같은 뮤지션의 음악이 전세계적으로 히트하면서 21세기의 음악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테크노 음악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추상적인 장르의 음악이다. 국내에서도 영화 'Trainspotting'의 삽입곡 'Born Slippy'나 '프로디지'의 'Music for the Jilted Generation'의 앨범을 통해 그 팬 층을 넓히고 있긴 하지만 테크노 음악에 대한 대중적인 지지 기반은 미약하다.

오히려 테크노라는 단어는 미술이나 패션 등에서 차용되는 하나의 미래적인 이미지이다. 기술 발달에 힘입어 첨단을 치닫는 현대사회의 모습이나 기계 문명을 향유하는 인간들의 외양을 표현하는 하나의 문화적인 대명사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테크노 음악이 영화, 광고의 배경음악으로 미래적인 이미지를 구현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도 테크노 음악은 그 지지기반을 서서히 확대하고 있다.

얼마 전 '비트겐슈타인'으로 돌아온 '교주' 신해철은 윤상과 함께 한 프로젝트 앨범 'No Dance'나 'Crom's Techno Works'을 통해 테크노 음악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기도 했으며 '시나위' 'H2O' '삐삐밴드' 출신의 강기영(사진)은 '달파란'이라는 이름으로 테크노 음악의 대중화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달파란은 98년 '휘파람별' 앨범과 영화 '거짓말', '나쁜 영화' 사운드 트랙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 사회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동시에 레이브 파티를 개최해 테크노 전도사임을 자처한다.

이외에도 국내의 테크노 뮤지션들이 참여한 앨범 'Plur'는 현재까지 3장의 앨범이 발표되기도 했으며 앨범 판매에 큰 빛을 보지 못했지만 '가재발', '트랜지스터 헤드' 등은 독집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국가적인 후원을 받으며 '문화공유의 장'이 되고 있는 독일의 'Love Parade', 일본의 'Rainbow 2000', 영국의 'Tribal Gathering', 호주의 'Big Dayout'의 테크노 파티가 음악에 몸을 싣고 무아지경에 빠져드는 세계 젊은이들의 모습을 확인하게 했던 것처럼 국내의 레이브 파티도 새로운 놀이의 창구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그리고 '유투'(U2)의 브라이언 이노와 데이빗 보위(David Bowie) 같은 세계적인 스타들의 전례를 들지 않더라도 테크노 음악은 타 음악 장르와의 교류를 통해 미래적인 이미지 표현하는 수단 이상으로 폭을 넓혀 갈 것이다.

류형근 <동아닷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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