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교통선진국]속도 줄이면 생명 구한다

  • 입력 2001년 1월 15일 18시 58분


영국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자동차 대수와 교통량이 계속 증가하면서 1945년에 5256명이던 교통사고 사망자가 1966년에 7985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 이후 감소추세로 돌아선 교통사고 인명피해가 본격적으로 줄어든 것은 1978년부터. 특히 87년에는 교통사고 사망자를 2000년까지 3분의 l 가량 줄인다는 계획을 수립했고 그 결과 98년 교통사고 사망자는 3421명으로 사고감소율(38.9%)이 목표를 초과했다.

동아일보 교통캠페인 취재차 98년 영국 환경교통지방부(DETR)를 방문했을 때 사고감소 비결을 물었더니 교통안전과의 실무자들은 “운전자의 과속을 막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교통사고를 줄이려면 안전시설을 개선하고 운전자의 안전의식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속방지에 초점을 맞추면 성과가 빨리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이런 인식은 ‘속도를 줄이면 생명을 구한다’(Kill your speed, Save your lives)라는 표어에 잘 드러나 있다.

실제로 영국은 운전자의 과속과 신호위반을 단속하는 무인감시카메라를 세계 최초로 실용화한 나라다. 무인감시카메라의 등장으로 교통위반 단속이 과학화되면서 운전자와 경찰간에 벌어지는 시비가 사라졌다.

▼버스-화물차엔 속도제한기▼

과속방지턱(Road hump)도 영국 교통부(환경교통지방부의 전신)산하 교통연구소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만들었다. 우리나라 건설교통부가 정한 과속방지턱 설치기준(폭 3.7m, 높이 10㎝)은 영국 규정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영국 교통부는 87년 의회에 제출한 교통안전정책 보고서를 통해 1981∼85년 평균치를 기준으로 교통사고 사망자와 중상자 수를 2000년까지 3분의 1 가량 감소시킨다는 목표를 세우고 경찰청 교육부와 함께 세부계획을 마련했다.

91년부터 버스와 화물차에 속도제한기를 설치토록 하고 승용차 뒷좌석에 앉을 경우에도 안전벨트 착용을 의무화한 규정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자동차 최고속도를 시속 20마일(32㎞)로 제한하는 ‘20마일 구역’제도를 도입했다.

‘교통사고 3분의 1 감소계획’은 목표를 초과했지만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영국 정부가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강력하게 추진했다는 점이다.

▼"2010년까지 40% 더 낮출것"▼

자동차 대수와 교통량이 계속 증가하는 만큼 전체 교통사고 발생건수를 3분의 1 가량 줄이는 게 불가능하지만 과속을 막으면 치명적인 사고를 줄여 사망자와 중상자를 30% 이상 감소시킬 수 있다고 보고 여기에 총력을 기울인 것.

81∼85년의 통계를 보면 사망 중상 경상을 합친 교통사고 피해가 한해 평균 32만1912명인데 98년에는 32만5212명으로 1% 증가했다. 이처럼 전체 사고건수는 늘었지만 오히려 사망자와 중상자를 각각 38.9%와 44.8% 감소시키는 데 성공했다.

영국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94∼98년 평균치를 기준으로 2010년까지 다시 사망 및 중상자를 40%, 어린이 사망 및 중상자를 50% 줄인다는 계획을 지난해 수립했다.

‘내일의 도로, 모두에게 더 안전하게’라는 제목의 계획서에 따르면 정부 민간단체 자동차제작사가 도로안전자문위원회를 만들어 △운전자 △도로 △자동차 등 10개 전략분야별로 교통안전 정책을 추진하도록 했다.

▼정부 확고한 의지가 관건▼

영국 런던대 교통공학과의 리처드 올솝 교수는 ‘교통사고 3분의 1 감소계획’을 입안하고 분야별 추진실적을 평가한 전문가. 그는 “정부가 교통안전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우고 진행과정을 면밀히 점검해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올솝 교수는 또 “영국은 교통문화가 정착돼 사망자를 줄이기 힘들지만 한국은 사고율이 매우 높으니 오히려 사망자 감소라는 목표달성이 쉽지 않느냐”며 “정부와 민간이 함께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안전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민관 전문가들의 노력이 뒷받침되면 교통선진국의 꿈이 가능하다는 점을 영국은 우리에게 보여준다.

설 재 훈(교통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국무총리실 안전관리개선기획단 전문위원)

▼당신의 운전상식은▼

U턴 하용구간 이르기전 중앙선 넘으면 안돼

중앙선이 설치된 곳에서 모든 자동차는 중앙선 우측부분으로 통행해야 한다.(도로교통법 제12조 제3항)

따라서 교차로에서 U턴하는 자동차가 U턴 허용구간에 이르기 전에 미리 중앙선을 넘었다가 맞은편에서 오는 자동차와 충돌하면 중앙선을 넘은 자동차 ⓛ이 ‘중앙선 침범’으로 가해차량이 된다.

이런 경우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가해 운전자는 종합보험에 가입했더라도 형사처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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