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학력철폐운동 벌이는 서울대생 이한씨

입력 2001-01-11 18:40수정 2009-09-2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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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 규모의 ‘연애센터’가 있어 아무도 이 곳을 통하지 않고서는 연애를 할 수 없다면? 상급 연애센터로 가는 시험을 통과한 사람만이 선남선녀와 결혼해 잘 살 수 있다면?

말도 안되는 소리같다. 그런데 ‘탈학교 운동’을 펼치고 있는 이 한씨(필명·22)는 ‘연애센터’ 대신 ‘학교’라는 말을 넣어보라고 권한다. 교육이나 연애나 사람들끼리 ‘뭔가’를 주고받는 것은 마찬가지. 그렇다면 학교를 가야만 교육을 받는 것으로 간주되는 현실, 일류대학 졸업장을 가져야 출세할 수 있다는 세상이 대체 말이 되느냐고.

▼"학교를 해체하라"▼

중고생 세 명 중 한 명이 “학교는 반드시 다녀야 하는 곳이 아니다”고 대답했다는 교육개발원의 조사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이씨는 여기서 댓 걸음 더 나아가 아예 “학교를 해체하라”고 주장한다.

“많은 이들이 교육문제를 걱정하지만 교육개혁 갖고는 안된다. 배우는 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자유를 박탈당하고 끊임없이 비교육적 환경에 부닥치는 구조의 핵심에 학교가 있다. 교육을 전담하는 학교라는 국가기구 안에서 이 사회의 모순이 드러난다. ‘학교〓교육’이라는 등식이 사라져야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하다.”

이런 말을 하는 이씨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우리나라에서 공부 제일 잘하는 학생들이 입학한다는 서울대 법대 졸업반 학생이다. 법관은 되지 못하더라도 가만히 있으면 사회 주류에 편입될 수 있는 학력을 갖고서 취업 승진 등에 학력을 요구하지 말자는 ‘학력철폐 특별법’제정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대안적 교육공간 문제를 연구하는 ‘탈학교 실천연대’(http://tal.edufree.co.kr)가 그의 활동터전이다.

▼선택 박탈당한채 암기만▼

대학에 입학하기까지만 해도 그는 야누스적인 모범생이었다. 학교라는 체제에 순응하는 우등생이면서도 속으로는 그 비정상적 상황을 비웃는.

한 학생이 수업시간에 종이비행기를 날렸다는 이유로 그 반 학생 전체가 책상위에 무릎을 꿇은 채 걸상을 들고 단체기합을 받는 식의, 비교육적 행위가 가득한 학교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청소년기에 모든 선택을 박탈당한 채 비인간적 학력게임에 종속되어 하루종일 암호풀이를 위한 조각정보를 꾸역꾸역 암기해야 하고, 대다수는 패배자라고 낙인찍혀 교육기회를 박탈당해야 하는지. 좋아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은 교과목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자퇴 이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학습공동체 활성화해야▼

그래도 공부 잘하는 ‘탓’에 서울대법대에 들어간 뒤 고교때부터 생각해온 학교교육의 문제점을 써 ‘학교를 넘어서’(98년)라는 책을 냈다. 지난해에는 ‘탈학교의 상상력’을 써냈다.

이씨가 정의하는 교육이란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만나 경험과 지식, 지혜와 기술을 나누는 활동이다. 현재의 학교는 이같은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공간이자 제도이므로 탈학교화된 학습, 즉 홈스쿨링이나 학습공동체 등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취업 승진 등에 요구되는 학력 때문에 배움 본연의 목적이 왜곡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능력이 있어도 학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평생 차별받는 일이 생기므로 학력철폐가 필요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같은 ‘운동’을 펼치는 사람이 왜 서울대 법대생이라는 자신의 타이틀은 포기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서울대 법대생이기 때문에 오히려 관심을 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자체가 아이러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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