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친근한 동사무소' 아직 멀었다

  • 입력 2001년 1월 10일 18시 38분


《9일 오전 11시 동작구 사당2동 동사무소. 지난해 초 서울시의 동 기능 전환사업에 따라 ‘주민자치센터’로 새 단장을 했지만 정오가 다 되도록 주민들의인기척은 보이지 않는다. 2층의 어학교실과 인터넷교육장은 평일임에도 문이 굳게 잠겨 있고 3층의 헬스장도 한참동안 사용하지 않은 헬스기구가 구석에 몰려 있다. 동사무소를 주민자치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동 기능전환 사업’이 본격적인 시행의 첫해를 맞고도 준비부족과 주민들의 무관심으로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동 기능전환 사업은 동사무소에 증명서 발급 등 기본적인 민원업무만 남기고 공간에 복지문화시설이 들어서는 ‘주민자치센터’를 운영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부터 전면시행에 들어갔다.

동사무소의 기존 업무를 구청으로 이관한 뒤 남는 인력과 공간에 문화, 복지시설 등이 들어서는 미국식 ‘커뮤니티 센터’를 도입하겠다는 것이 본래의 의도.

그러나 당초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11월까지 준비작업을 마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야했지만 해가 바뀌어도 문을 열 준비조차 안됐거나 졸속 운영으로 주민들의 외면을 받는 곳이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동사무소가 주민자치센터로 전환된 곳은 전체 522개 동사무소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195개에 불과하다.

문제는 99년부터 준비해 온 사업이 지지부진한 이유에 대해 서울시와 일선 공무원 및 주민들이 판이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는 점.

일선 공무원들은 행자부와 서울시의 탁상행정과 빈약한 예산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성동구청의 한 동사무소 직원은 “업무가 구청으로 이관되면서 업무혼란과 민원이 많아졌기 때문에 주민자치센터를 담당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참여는 더욱 소극적이다. 사당2동 주민자치위원회 공현나씨(47)는 “자치센터의 운영을 전문성 없는 주민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오히려 동사무소 기능 축소로 불평하는 주민들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사업을 기획, 추진해온 행정자치부와 서울시는 일선 공무원과 주민들의 비협조적인 태도가 문제라는 입장.

서울시 관계자는 “일선구청 구의원들이 조례의 통과를 지연시키거나 인원감축과 구조조정을 우려하는 일선 공무원들의 비협조가 주된 이유”라고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일선 현장의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전국 단위의 일괄적인 사업을 추진한 행자부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주민자치센터가 자치를 통한 주민복지향상과는 거리가 먼 ‘주민자치를 가장한 관치 구조조정’의 사생아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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