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카드네요? 3000원 더 내세요"

  • 입력 2001년 1월 10일 09시 41분


“카드로 계산하려면 3000원을 더 내야 합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카드수수료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습니다. 웬만하면 그냥 현금으로 주시죠.”

7일 전자전문상가 테크노마트를 찾은 김모씨(29·대학원생)는 소프트웨어 값을 치르면서 황당한 경우를 당했다. 4만원이라던 판매가격이 카드를 내밀자 어느새 4만3000원으로 껑충 뛰어오른 것. 때마침 지갑 속에 현금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카드로 결제한 김씨는 “알고도 바가지를 쓴 기분”이라며 못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카드가맹점이 당연히 내야 할 카드수수료(판매가의 1.5∼5.0%)를 소비자에게 부담시키는 ‘수수료 떠넘기기’의 현장이다.

용산전자상가 테크노마트 등 전자전문상가를 중심으로 이뤄져온 수수료전가 관행이 인터넷쇼핑몰 등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또한 소득공제 및 복권추첨 등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카드사용이 보편화하면서 과표(課標) 노출을 우려한 상인들의 저항심리가 가세, 수수료 떠넘기기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일부 상인들은 과표 노출에 따른 소득세 및 부가가치세 부담을 수수료에 덧붙여 고객에게 전가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여신금융협회는 지난해중 수수료전가 혐의가 짙은 오프라인가맹점 1만9000여곳과 녹색소비자연대 조사로 확인된 인터넷쇼핑몰 30여곳에 ‘경고장’을 발송했다. 여신금융협회 박세동 이사는 “수수료전가 행위를 방치할 경우 소비자 피해는 물론 신용카드 활성화를 통해 과세투명성을 확보하려는 조세정책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수료떠넘기기는 명백한 불법행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한다. 또한 가맹점규약에도 ‘수수료를 전가하는 경우 가맹점계약을 해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가맹점계약을 해지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카드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따라 카드사간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영업 기반인 카드가맹점을 잘라내기가 쉽지 않은 것.

2년전 도입된 카드사간 공동망시스템도 수수료전가 근절을 가로막는 요소다. 예를 들어 A카드사가 B가맹점과의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B가맹점이 C카드사와 계약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면 A사 카드를 얼마든지 받을 수 있다. 오히려 A사측에서는 C사에 정산에 따른 수수료를 지불해야 해 손해라는 것.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수수료전가 가맹점을 공동 해지하는 방안을 협회 차원에서 추진중”이라면서 “수수료를 떠넘기는 가맹점을 발견하면 카드민원센터로 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여신금융협회 카드민원센터 02―3788―0781∼3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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