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강산관광 이대로는 안된다

  • 입력 2000년 12월 25일 18시 36분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사업이 돈벌이를 위해 시작한 것만은 아니다. 98년 11월에 시작된 이 사업이 36만여명의 관광객을 실어 나르며 남북화해에 기여한 공로를 결코 과소 평가할 수 없다. 정주영(鄭周永)전 현대명예회장이 과감하게 추진한 소떼 방북과 금강산 관광사업은 올해 6·15 남북정상회담과 2차례 이산가족 상봉의 밑거름이 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사업에 착수할 당시와는 달리 현대아산 등 정몽헌(鄭夢憲)회장이 이끄는 계열사들은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한국 경제의 최대 불안요인으로 잠복돼 있다. 흑자를 내던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은 현대그룹에서 떨어져나갔다.

누가 보더라도 한쪽에서는 금강산 관광사업으로 불과 2년 남짓 사이에 2800여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내면서 다른 쪽에서는 채권단의 요구에 따라 서산농장과 계동사옥 등 알짜 자산을 파는 것은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

이 사업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은 북한에 제공하는 관광사업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금강산 관광사업으로 수지를 맞추려면 지금까지 관광객 120만명 정도를 유치했어야 하는데 실적은 36만명 정도다. 1인당 관광요금의 30%에 해당하는 200달러를 북한에 지급해야 하니 요금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2005년까지 6억5000만달러를 북한에 지급해야 한다니 채산성이 근본적으로 맞지 않는 ‘퍼주기 방식’으로는 현대아산뿐만 아니라 남한의 어떤 기업도 버텨낼 재간이 없다.

북한 정부도 자본주의 경제의 기업 운영방식에 대해 보다 심도 있는 연구와 이해가 필요하다. 현대아산은 정부기관도 아니고 자선단체도 아니다. 정부가 민간사업에 보조를 해줄 수도 없다. 새삼스러운 말 같지만 현대아산은 수익을 내야 배를 띄우고 회사를 돌릴 수 있는 민간기업이다. 현대가 잘못되면 남한 경제 전체가 어려워질 수 있고 북한을 도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통일부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현대가 북측과 재협상해 대북 지불액을 절반 이상 낮춰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고 한다. 정부는 현대에 맡겨놓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사업의 지속을 위해서도 북한의 과당 이득을 줄이도록 경제논리에 입각해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

금강산 관광사업이나 개성공단 등 대북경협은 경제논리에 따라 남북이 서로 이익을 얻는 방식으로 추진돼야지 일방적인 시혜는 오래 지속될 수 없고 국민을 설득할 수도 없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