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완전 감자 6개은행 불성실공시로 투자자 손실

  • 입력 2000년 12월 19일 18시 28분


‘한빛은행 자기자본이 2조2453억원에서 석달 만에 마이너스 1조5000억원으로.’

완전감자명령이 내려진 6개 부실은행은 11월15일 3·4분기(7∼9월) 실적을 발표하면서 자산이 부채보다 많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정부의 부실금융기관 지정 때는 부채가 훨씬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법 회계처리기준과 금융감독원 실사기준이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의 공시내용을 믿었던 선의의 투자자들은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됐다.

▽은행과 정부의 기준이 다르다〓한빛은행은 3분기 실적발표 때 9월말 현재 순자산가치(총자산―총부채)인 자기자본금이 2조2453억원이라고 증권거래소에 공시했다. 그러나 금감위 관계자는 “실사결과 순자산가치가 마이너스 1조5000억원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왜 이러한 차이가 날까? 은행은 3분기 결산 때 은행법에서 규정한 회계처리기준을 최소한으로 적용했다. 즉 6월말 결산 때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여신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법정 최저기준인 15∼20%만 쌓았고 나머지 충당금은 12월말 결산 때 적립한다는 것. 따라서 은행 수익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워크아웃기업 충당금이 반영되지 않았다.

반면 금감원은 국제적 기준(International Best Practice)에 따라 여신을 전면 재평가했다.

강기원 부원장보는 “은행이 갖고 있는 잠재부실에 대해 엄격한 신여신건전성분류기준(FLC)을 적용, 9월까지 적립하지 않았던 충당금을 모두 적립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워크아웃 여신 관련 충당금을 한꺼번에 드러내다보니 자산가치가 급격히 줄어든 것.

▽애꿎은 투자자만 피해〓투자자들은 금감원 실사내용을 알 길이 없고 공시사항이 유일한 정보다. 이들은 순자산가치가 플러스라고 발표를 하니 감자를 해도 부분감자에 그칠 것이라고 보고 은행주를 매입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은행실사 결과는 알려주지도 않고 남은 재산이 없으니 100% 감자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태도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투자자들은 감자조치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으며 정부와 은행이 공동으로 책임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빛은행의 경우 9월말 현재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48%라고 공시했다. 문제는 여신회수가능성을 너무 높게 봤다는 것. 자산평가는 보수적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일방적인 낙관론만 펴면서 최소한의 충당금만 적립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분기보고서는 회계법인 감사를 받지 않기 때문에 잠재부실의 충당금 적립에 따른 BIS 비율 하락가능성도 중요하게 언급되지 않았다. 금감원도 이러한 은행의 BIS 비율 발표를 승인했기 때문에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김두영·김승련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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