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alley리포트]인터넷 상거래,신뢰를 먹고산다

  • 입력 2000년 12월 17일 18시 37분


톰은 미국의 대표적인 특송회사인 UPS의 배달원이다. 그는 조금전 우리 아파트 관리인 웬디에게 내가 주문한 프린터를 배달한 뒤 무선휴대단말기로 ‘전달 끝’ 메시지를 입력했다. 그 시간에 나는 학교 연구실에 있었다. 그렇지만 인터넷으로 UPS의 트래킹시스템에 접속된 내 컴퓨터 화면을 통해 정확히 오전 11시 55분, 프린터가 배달된 사실을 알았다.

그 프린터는 5일전 내가 인터넷으로 주문한 것이었다. 나는 전자제품 전문 인터넷 쇼핑포털을 통해 동네 전자매장보다 세금을 포함, 100달러나 싸게 살 수 있었다. 100달러를 절약한 흐뭇함이 몰려오면서 구매처에 대한 믿음과 ‘다음에도 인터넷으로 물건을 사야겠다’는 다짐이 교차했다.

생각해 보면 프린터 배달시간을 미리 알고 관리인에게 부탁해 둘 수 있었던 것은 모두 UPS의 트래킹 덕분이다. 나로 하여금 인터넷 상거래에 신뢰감을 갖게 한 것도 바로 트래킹이었다.

실리콘밸리는 이러한 트래킹의 힘을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다. 비영리단체인 스마트밸리가 이 트래킹을 근간으로 한 스마트퍼밋 프로젝트를 시작한 게 이미 94년경의 일이다. 그 프로젝트의 목표는 말하자면 대국민 인허가업무의 진척상황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겠다는 것이다. 투명하게 생중계되는 인허가 프로세스가 깨끗하고 신속하게 진행될 것임은 불을 보듯 훤하다.

실리콘밸리는 사후적이고 비생산적인 감사(auditing)대신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효율적인 트래킹 시스템을 선택했다. 의심하는 마음을 버리고 트래킹에 기초해서 신뢰의 마음을 쌓아 가기로 한 것. UPS의 트래킹시스템이 e―tailer에 대한 나의 신뢰를 키웠듯이, 인허가 트래킹은 인허가를 담당하고 있는 이곳 지방정부에 대한 기업과 국민의 신뢰를 키워가고 있다.

신뢰의 기반없이는 절대로 광속의 e비즈니스가 확산될 수 없다. 또 건강하고 생산적인 e밸리의 생태계도 유지될 수 없다. 실리콘밸리가 실패에 너그러울 수 있는 바탕에는, 또 한쪽의 사업계획에 수백만불을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의 무모함 뒤에는 바로 이러한 신뢰가 깔려 있었다. 오늘도 톰은 인터넷주문으로 폭증하는 물품을 어김없이 전달하고 어느 집 문앞에서 열심히 무선휴대단말기를 두드리고 있을 것이다.

장석권(한양대 경영학부 교수·스탠퍼드대 교환교수)

changsg@stanford.edu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