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쿠바 국가평의회의장 카스트로

  • 입력 2000년 12월 10일 18시 30분


쿠바 공산혁명의 주역인 피델 카스트로와 20세기 최고의 팝그룹인 비틀스를 이끈 존 레넌.

두 사람은 그들의 트레이드마크인 제복―수염―시가와 청바지―안경―기타만큼이나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그런 둘의 이름이 8일 외신에 나란히 올랐다. 계기는 레넌의 사망 20주기.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이날 낮 수도 아바나의 한 공원에서 레넌의 동상을 제막했다.

카스트로는 “레넌과 나는 같은 꿈을 꿨다”며 “생전에 그를 만나지 못해 유감”이라고 말했다. 레넌이 베트남전을 반대하는 등 평화를 사랑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비틀스를 알기는 했지만 60, 70년대 워낙 바빠 그들의 음악을 듣지는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비틀스의 음악은 쿠바에서 한때 금지곡이었다. 하지만 외국 라디오방송이나 중고 레코드를 통해 그들의 음악은 널리 퍼졌다. 쿠바 정부는 장발과 히피가 생겨나자 청년들의 긴 머리를 강제로 잘라버리기도 했었다.

카스트로는 “(당시의 상황에 대해) 나는 알지도 못하고 책임도 없다”고 발뺌했다.

그러나 지구상에 몇 남지 않은 공산 독재자가 레넌을 추모하는 장면은 최근 쿠바의 변화상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날 밤 아바나의 한 공원에서도 뉴욕 센트럴파크에서처럼 비틀스와 레넌이 남긴 불멸의 히트곡 ‘예스터데이’와 ‘이매진’이 울려 퍼졌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