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질병이야기]체중계만 믿다가 성인병 걸릴라

  • 입력 2000년 12월 5일 18시 51분


◇다리는 '비쩍' 배는 '불룩' 거미형 체형

“배와 넓적다리의 싸움에서 배가 졌습니다.”

최근 당뇨병 진단을 받은 직장인 이모씨(38)가 의사에게 들은 말이다. 이씨는 키 173㎝에 몸무게 60㎏으로 나이에 비해 마른 편. 이씨는 다리에 비해 배가 볼록한 체형의 ‘거미형 인간’이다.

그는 비만인 사람에게만 당뇨병이 찾아오는 걸로 알고 있었다.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가 30 이상이거나 키(㎝)에서 100을 뺀 다음 0.9를 곱한 수치보다 몸무게가 20% 이상 무거우면 비만이다.

그러나 의사는 “비만하지 않아도 뱃속에 지방질이 많으면 당뇨병에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거미형 인간’도 ‘거대 비만형 인간’과 마찬가지로 당뇨병 고혈압 동맥경화 관상동맥질환 등에 걸리기 쉽다.

최근 거미형 인간은 호르몬 체계 고장이라는 공통된 뿌리를 갖고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의학자들은 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성인병을 묶어 ‘대사증후군’이라고 이름붙였다.

▽대사증후군〓이전엔 ‘X증후군’이라고 불렀다. 원인이 불명확해서다. 그런데 최근 잇따른 연구로 핏속의 포도당을 간이나 근육에 보내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거나 제 기능을 못해 각종 성인병이 생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별도기사 및 그래픽 참고). 이 때문에 ‘인슐린 저항 증후군’이라고도 부른다. 국내에선 30대의 15∼20%, 40세 이상의 30∼40%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

▽나는 거미형 인간?〓‘뱃속 비만’은 쉽게 피곤하고 숨이 차는 것 외에 별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 컴퓨터로 측정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지만 일반적으로 배꼽 부위의 둘레를 줄자로 재서 남성 90㎝, 여성 80㎝ 이상이면 ‘마른 비만’에 해당한다. 또 허리 둘레를 엉덩이 둘레로 나눈 수치가 남자 1, 여자 0.9 이상이어도 해당. 특히 아랫배보다 배꼽과 명치 사이가 불록 튀어나오면 더 해롭다. 또 배를 만져 피부가 두꺼우면 얇은 경우보다 더 해롭다.

▽원인과 대처법〓보통 동양인이 미국으로 이사가면 ‘대사증후군’이 많이 생기는데 이는 식생활 등 후천적 원인이 크다는 증거. 근육이 발달하면 포도당이 잘 이용되고 인슐린도 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신체 근육의 4분의3이 하체에 몰려있으므로 산책 빨리걷기 달리기 등산 사이클 등의 다리운동이 좋은 예방책이다. 이들 운동은 뱃속 지방을 태우는 역할도 한다. 술 담배 스트레스는 뱃속 비만을 일으키는 원인. 특히 담배는 체중을 그대로 유지시키며 뱃속만 기름지게 만드는 ‘독약’. 사무직은 특히 소주와 삼겹살 등 칼로리가 많은 음식을 피하며 가급적 오후 7시 이전에 저녁식사를 하고 이후에 정 허기지면 우유나 물을 한 컵 정도 마신다.

성장호르몬도 지방을 분해하고 근육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성장호르몬은 암 유발, 호르몬 체계 고장 등 부작용이 있으므로 조금만 운동해도 지치는 사람이나 체내 호르몬 분비량이 적은 사람은 의사의 처방에 따라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비타민 C, E와 베타카로틴 등 항산화제도 뱃속 지방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등푸른 생선과 채소를 많이 먹으면 된다. (도움말〓연세대의대 세브란스병원 내과 허갑범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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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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