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외국인 집중매도 시장 '출렁'

  • 입력 2000년 12월 1일 19시 17분


주가가 한때 500선 이하로 떨어지고 환율이 크게 오르내리는 등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1일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의 대량매도로 종합주가지수가 한때 490선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으나 투신권 등 기관의 적극적인 매수에 힘입어 전날보다 5.23포인트(1.03%) 오른 514.46으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0.55포인트(0.82%) 상승한 67.81을 기록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외환당국의 간접개입이 단행되면서 원―달러환율이 이틀간의 급등세를 멈춰 전날보다 4.80원 떨어진 1209.5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증시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은 전날 나스닥시장 급락과 공적자금 추가조성에 대한 여야 합의 실패 등의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2871억원어치 순매도를 기록했다.이는 증시사상 다섯번째로 큰 규모로 외국인의 한국증시 이탈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선물시장에서는 전날에 이어 매수 우위로 나와 투자자들을 헷갈리게 했다. 외국인이 매도한 물량은 투신권 연기금 등이 적극 받아내면서 기관은 2527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1, 2일 중 7000억원 가량 추가 조성되는 연기금전용펀드 중 상당 금액이 주식매수에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환율은 개장 초 4원 가량 오른 약세로 출발했으나 산업은행이 정책성 물량 1억5000만달러를 내놓으면서 오전 10시경 1203원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곧바로 달러수요가 다시 살아나면서 1214원대로 오르는 등 내내 출렁거렸다. 외국계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공기업이 보유한 정책성 물량이 10억달러 내외여서 다음주에 개입 강도가 세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1200원 밑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며 1200∼1230원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박현진·이철용기자>lcy@donga.com

▼외국인 '한국증시 이탈'우려 확산▼

지난달 27일 청산결정을 내린 코리아아시아펀드(KAF)가 서울 주식시장에서 보유주식을 본격적으로 털어내기 시작했다는 징후가 포착됐다.

1일 서울 증시에선 외국인들이 3000억원 가까운 주식을 팔아치웠다(순매도). 이 중 1000억원 이상은 KAF가 보유한 대형우량주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이후 거세지고 있는 외국인들의 매도공세에다 KAF 청산물량까지 덤으로 얹어지면서 ‘외국인의 이탈 가능성’에 서울증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AF 운용사측은 이에 대해 “투자수익 회수 차원의 청산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국내 증시 분위기는 ‘정말 그럴까’ 하는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다.

▽KAF청산, 시작됐나〓KAF는 국내 주식시장이 외국인에게 전면 개방되기 이전인 90년에 설립된 한국투자전용 외국인펀드. 84년 코리아펀드(KF), 85년 코리아유로펀드(KEF)에 이은 세 번째 펀드로 총 자산규모는 10월말 현재 2억4000만달러(약 288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주식과 채권이 80% 이상이며 나머지 15∼20%는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유럽계 자금으로 조성됐으며 영국 런던 증시에 상장돼 있다.

이날 KAF 보유주식의 주 매도창구는 HSBC증권이며 총 매도규모는 1000억원대로 알려졌다.HSBC증권에서 매물로 던진 주식은 삼성전자 포철 한전 한국통신 SK텔레콤 주택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 등 이른바 한국의 초우량 종목들.

HSBC증권측에선 확인해 주지 않고 있지만 KAF가 보유한 종목들이 유독 이 증권사 창구에서만 매물로 흘러나와 KAF의 청산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징후로 증권가는 해석하고 있다.

KAF운용사인 코리아아시아펀드매니지먼트(홍콩 소재)측 관계자는 이날 “보유중인 한국물 매각작업을 이달 중 끝낼 것”이라고 말해 이 같은 심증을 뒷받침했다.

▽KAF청산과 외국인 이탈 가능성은?〓공교롭게도 이번 KAF 청산소식이 지난달 29일 이후 3일째 계속되고 있는 외국인 매도공세 와중에서 터져 나와 충격의 강도가 배가되는 분위기.

외국인들은 이날 2846억원어치를 순매도(증시 사상 5위의 기록)하는 등 최근 3거래일 동안 4625억원 가량을 순수하게 팔아치웠다.

코리아아시아펀드매니지먼트 관계자는 “런던 증시에서 KAF가 순자산가치(NAV)에 비해 최고 30% 할인된 상태로 팔리자 주주들이 수익금 보전 차원에서 진작부터 청산을 요청한 것”이라며 “한국증시의 전망이 좋지 않아 청산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내 증시관계자들은 역시 디스카운트 상태에서 거래되는 코리아펀드(약 7억달러 규모)등 다른 외국인 전용펀드의 청산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미국 나스닥시장이 폭락을 거듭하면서 고점대비 50%선인 2500선까지 밀린데다 환율상승에 따른 환차손 부담과 금융구조조정의 지연이 중첩되는 등 외국인들이 한국시장에서 등을 돌릴 빌미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 이병익 주식운용본부장은 “나스닥증시의 급락 이후 글로벌 및 아시아퍼시픽펀드에 대한 투자자 환매가 증가하고 있다”며 “외국인들의 매도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곤두박질 치는 뉴욕증시▼

미국 나스닥지수가 지난달 30일 컴퓨터와 반도체주 주도로 109.02포인트(4.03%)나 폭락해 2,597.91을 기록하는 등 뉴욕증시가 좀처럼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11월 한달 동안 나스닥지수의 하락률은 무려 23%. 한달 기준으로 ‘블랙 먼데이’의 충격을 안겨줬던 뉴욕증시 대폭락 사태 때(87년 10월)의 27% 이래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올해 초에 비해서는 36%나 밀려 이 상태가 연말까지 그대로 갈 경우 나스닥 역사상 연간 기준으로 가장 낙폭이 컸던 74년의 35%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월가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에 따른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는 한 뉴욕증시의 본격적인 반등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날 나스닥의 폭락 역시 PC 메이커인 게이트웨이와 반도체 제조업체인 알테라의 4·4분기 실적이 당초 기대에 못미칠 것이라는 공시가 나오면서 촉발됐다. 이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214.62포인트(2.02%) 떨어진 10,414.49를 기록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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