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용관/알맹이 없는 실업대책

  • 입력 2000년 11월 16일 18시 43분


대량실업 불안이 되살아나고 있지만 노동부의 분위기는 “IMF관리체제 때 실업자수가 180만명에 달했어도 무리없이 이겨냈는데 뭘…”이라는 얘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실업자가 늘긴 하겠지만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고용보험 제도를 세계에서 가장 빨리 정착시킨 나라가 아니냐. 채용장려금 및 재취업 훈련 제도 등 기존 정책을 그대로 잘 수행하면 된다”는 것이 낙관론의 근거다.

노동부는 16일 구조조정 감원(내년 1·4분기까지 7만5000명), 겨울철 계절실업(10만명)과 신규 대졸 실직(3만명)까지 합치면 내년 2월 최고 96만명(실업률 4.4%)의 실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예상 실업자수를 축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주 노사정위원회에서는 구조조정에 따른 실직자가 9만명이라고 하더니 그사이 축소됐다는 것.

최악의 경우 내년 2월 실업자수가 11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한 노동연구원 분석도 이날 실업대책 발표 때는 인용되지 않았다. 재정경제부 관계자조차 “구조조정 기업의 임시직 일용직 실직자수가 빠져 있다”고 지적할 정도.

이날 발표된 고용안정대책도 알맹이가 별로 없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은 “이미 내놓은 실업대책을 재탕, 삼탕 짜깁기한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실제로 고용유지지원금 예산은 약 2000억원이나 남아돈다. 채용장려금을 받고 헐값에 구직자를 고용했다가 일정기간이 지나면 해고하는 사용자측 행태도 심각하다. 재취업 훈련으로 취업에 성공한 사례는 10명중 2, 3명 꼴. 정보통신 분야 취업도 말처럼 잘되는 게 아니다.

정부는 “실업추이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기존 실업대책의 문제점을 솔직히 인정, 보완해 숨겨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장기적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충고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정용관기자<이슈부>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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