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부동산시장에 뭉치돈 유입이 늘고 있다

  • 입력 2000년 11월 12일 19시 03분


심각한 불황을 맞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수 억원에서 수 백억원대까지의 뭉칫돈들이 유입되고 있거나 유입이 시도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일반 시중은행 금리보다 훨씬 낮은 대출이자율을 제시하면서 돈세탁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뭉칫돈 출처는 사채업자나 전주(錢主)가 밝혀지지 않은 경우, 해외교포 투자자들, 고급 아파트 청약자 등이다.

사채업자나 전주를 밝히지 않는 경우에는 돈세탁 요구가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징적인 것은 이같은 자금이 과거에는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 건설업체들에 몰려들었지만 최근에는 대형 건설업체들까지도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굴지 대형 업체의 서울지역 아파트 분양을 대행하고 있는 S사 J사장은 “최근 한 사채업자가 찾아와 미분양아파트 400가구를 통째로 사겠다는 제안을 받고 검토했으나 자금원이 불분명해 위험하다는 판단에 따라 거절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업체 L사의 자금 담당자는 “최근 들어 기존 금리보다 낮은 이자율로 쓸 수 있는 자금이 있다는 제안을 많이 받는다”며 “이들 자금 대부분이 돈세탁 성격이 짙어 거절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부동산에 투자하는 해외교포 자금은 주로 재일교포들을 중심으로 조성된다. 지난해부터 재일교포 자금을 이용, 국내에서 부동산 투자개발사업을 진행 중인 H사의 경우 최근 들어 투자 규모를 대폭 확대키로 하고 대상 물색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 회사 S사장은 “경기 침체기일수록 가격이 싸면서도 좋은 조건으로 살 수 있는 국내 매물이 늘고 있다는 게 재일교포 투자자들의 판단”이라며 “이들은 200억∼500억원 규모의 한 단지 내 미분양아파트와 상가 전부를 한꺼번에 구입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일본계 금융기관 등 투자기관의 자본도 들어오고 있다. 최근 일본 다이이치간교(第一勸業) 은행과 미쓰이(三井)사 컨소시엄은 국내 공공 공사 사업과 관련, 롯데건설에 1000억원을 연리 5%(고정금리)로 투자하기로 했다. 이 컨소시엄은 롯데건설의 다른 부동산 개발 사업에도 동일한 조건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이와는 다소 다른 유형이지만 고급 아파트 청약자들의 중도금 선납(중도금을 예정일보다 미리 내는 것)도 최근 늘고 있다. 삼성 LG 대림 등에 따르면 분양가가 10억원대를 넘어서는 고급 주상복합아파트 청약자들의 중도금 선납자가 최근 들어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들은 “경기 침체의 여파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청약자들이 중도금을 선납할 경우 할인율을 적용받아 최고 10%까지 분양가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황재성·이은우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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