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교가]바바 이반 외무차관 인터뷰

  • 입력 2000년 11월 9일 19시 17분


부다페스트 민주화 시위, 동구권 사회주의 몰락, 마자르족, 프란츠 리스트….

대부분의 한국인에게 헝가리 하면 떠오르는 생각의 편린들은 대개 이 정도일 것이다. 지리적으로 심리적으로 멀고도 먼 동유럽의 한 나라, 헝가리의 바바 이반 외무차관이 7일 한국을 다녀갔다.

우리처럼 성(姓)을 앞에 쓰는 헝가리의 바바 차관은 하루 동안의 체한 기간 이만섭(李萬燮)국회의장, 반기문(潘基文)외교통상부차관을 만난 뒤 8일 출국했다. 그의 짧은 방한 목적은 무엇인지 등 궁금한 점을 7일 낮 숙소인 하얏트호텔에서 만나 물어봤다.

―방한 목적은….

“현재 헝가리에는 삼성 한화 대우 등 대기업과 적지 않은 한국 중소기업이 진출해 있다. 한국 기업의 헝가리 투자를 촉진한다는 게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이다.”

―헝가리 투자의 이점은 무엇인가.

“헝가리는 동구권 국가 중 해외 투자가 가장 많이 이루어질 정도로 경제 개혁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유럽연합(EU) 준회원국이면서 정회원국이 되려고 협상중이다. 헝가리 투자는 EU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이다. 우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도 가입했다. NATO 가입은 안정과 안전의 이미지를 주기 때문에 한국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다.”

그에게 대뜸 “과거 구 소련의 세력권 안에 있다가 미국이 주도하는 NATO에 가입한 느낌이 어떠냐”고 ‘비외교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에게서 나온 외교관다운 답변. “NATO는 미국이 주도했지만 다수의 유럽국가가 포함돼 있다. 헝가리 국민이 지지했고 우리 헌법의 가치에 부합했기 때문에 가입했다.”

―헝가리에서 한국 기업의 이미지는 어떤가.

“삼성 현대 LG 등의 브랜드는 소비자가 잘 알고 있다. 제품들의 품질도 좋다는 게 일반적인 평이다.”

그는 “현재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기업 퇴출 등 구조조정 작업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모든 문제가 잘 해결됐으면 한다”며 ‘외교적으로’ 답변했다. 그러면서 “헝가리도 90년대초 사회주의 체제를 자본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진통을 겪었다. 한국이 겪는 진통과 성격은 달랐지만 이런 산고(産苦)를 통해 한국이 보다 탄탄한 경제 시스템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에 평양 주재 헝가리 대사관을 폐쇄했는데….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인 문제였다. 그 즈음 관계가 밀접하지 않은 몇 나라 대사관도 폐쇄했다.”

이번이 첫 한국 방문인 그에게 한국인에 대한 인상을 묻자 “남자 여자 모두 잘생겼다”고 추켜세웠다. “헝가리 여성이 더 미인 아니냐”고 되묻자 “적어도 지금은 한국 여자가 더 예쁘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부다페스트 문과대학 영문과를 나와 제네바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그는 사회주의 시절 신문기자로 반정부 활동을 하다 90년부터 외무부에서 일했다. “한국 신문기자가 어떤 것 같으냐”는 질문에 그는 ‘한국식 청탁(?)’을 곁들여 재치있게 답했다.

“당신은 내가 만나는 첫 한국 기자다. 당신이 기사를 잘 써 주면 한국 기자 이미지가 좋아지지 않겠느냐.”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