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대우車 부도 "OK" 냉철한 증시

  • 입력 2000년 11월 9일 18시 30분


주식시장이 갈수록 ‘냉정’해지고 있다.

대우자동차 최종부도가 결정난 뒤 첫 거래일인 9일 거래소와 코스닥 모두 오름세로 마감했다. 지난번 현대건설 1차부도 처리 후 증시가 ‘환영일색’이었던 때와 같은 양상. 증시 관계자들은 “단기적으로는 상처를 입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증시 체질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투자자들이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대우차 최종부도에 대한 증시 전문가들의 평가도 비슷하다. 단기악재, 장기호재라는 것.

▽단기적으로는 부작용 속출〓우선 금융권이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는 게 부담으로 지적된다. LG투자증권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우차에 대한 금융권의 총 여신은 은행권 4조7598억원, 보험사 2조2241억원 등 총 12조원에 이른다. 윤항진 연구원은 “9월말 현재 은행권의 대우차 관련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43%이며 법정관리로 들어갈 경우 최소한 50% 이상의 충당금을 설정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로 적립해야 할 충당금은 4600여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9600여개에 이르는 협력업체들의 연쇄부도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문제점. 법정관리 상태에 들어가면 모든 채권 채무가 동결되므로 협력업체의 자금사정은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윤연구원은 이밖에 △공적자금 추가 투입 가능성 △생산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실물경제 침체 △실업률 증가 등이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는 긍정적〓현대증권 이상재 연구원은 “포드와의 매각협상이 결렬된 이후 은행권이 매각가치 하락을 반영하기 위해 충당금을 이미 늘리기 시작했으므로 추가 적립금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대우차를 계속 살려둘 경우 채권은행들이 자금을 끊임없이 쏟아야 한다는 악순환에서 벗어났다는 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윤항진 연구원은 “생존하기 어려운 기업은 과감히 정리한다는 구조조정의 긍정적인 측면이 시장 심리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사설을 통해 “동아건설에 이어 대우차라는 거대 기업을 부도처리한 것은 외국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호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대우차 최종부도 처리에 환영 입장을 밝혔다.

세종증권 윤재현 연구원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설비과잉 현상이 해소될 수 있는 계기 △실업을 우려해 정부가 부실기업을 지원하는 사례가 사라지는 계기 등이 주식시장에 장기적인 ‘거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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