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우車의 어리석은 선택

  • 입력 2000년 11월 8일 19시 05분


대우자동차가 최종 부도처리됨에 따라 지난해 8월 회생작업이 시작된 지 15개월만에 이 거대한 회사는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운명에 처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 우리는 우선 대우차 부도로 빚어질 가공할 경제적 충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대우차에 대한 채권행사가 불가능해짐에 따라 1만여개 협력업체 가운데 상당수가 연쇄 도산에 직면하게 됐다. 이들 업체의 60만1000명에 달하는 종사자 가운데 상당수가 이 추운 계절에 일자리를 잃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가 어려운 판에 이런 사태까지 겹쳐 나라경제 전체가 곤경에 처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번 사태가 조기에 수습되지 못할 경우 경제회복은 한참 뒤로 미뤄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법정관리에 들어 갈 경우 대우차의 향배도 문제다. 자산가치가 떨어져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된 것도 그렇지만 그보다 더 큰 걱정은 현재 유력한 인수자로 여겨져 온 제너럴 모터스(GM)와의 협상이 제대로 될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뉴욕타임스가 7일 노조의 동의를 얻지 못할 경우 GM이 인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한 것은 노조 때문에 구조조정을 할 수 없는 기업을 인수할 리 없다는 뜻이다. 매각이 실패할 경우 국내경제가 떠안아야 할 부담은 천문학적 수치에 달한다.

채권은행단이 최종부도를 결정한 것은 노조가 회사측의 구조조정안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근로자들의 어려움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침몰위기에 있는 회사를 일단 구해놓고 주장을 하는 것이 더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다는 느낌이다. 일부 감원에 반대해 전부를 잃는다면 그것처럼 큰 비극은 없다. 이번 사태로 노조가 얻은 것이 무엇인가.

정부와 채권은행단이 이례적으로 부도시한을 몇차례 연장하면서 대화를 시도한 것은 일파만파의 충격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채권은행단이 좀더 융통성있는 전략을 택해 구조조정에 대한 원칙적이고 선언적인 약속을 받을 수는 없었는지 궁금하다. 감원대상의 수를 확정해 놓고 노조가 동의하길 바라는 것은 과욕이었다.

어쨌건 일은 터졌다. 지금 경제주체들이 해야할 일은 어느 누구에 대한 비난과 원망이 아니라 이 어리석은 선택의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스스로 그 길을 택한 사람들은 몰라도 선량한 여타의 국민이 입을 손실에 대해서는 그것을 최소화하는 정책이 서둘러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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