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핫라인]"드라마도 뜨고 소품도 팔고…"

  • 입력 2000년 11월 2일 19시 05분


‘찬비(김민희)와 기풍(차태현)이 지닌 커플 목걸이를 쇼핑몰에 올려주세요.’ ‘한정 판매라 물건이 없습니다. 대신 예지원 탄생석 목걸이가 판매됩니다.’

SBS의 인터넷 계열사인 SBSi의 ‘줄리엣의 남자 명품 코너’의 게시판에 올려진 글이다. 마치 ‘사이버 마켓’같다. 이처럼 드라마가 인기를 모으면 출연자의 옷이나 액세서리 등에 대한 구입 문의가 쏟아진다. ‘줄리엣의 남자’는 최근 27, 28%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SBSi는 올해 5월 ‘드라마 명품’코너를 개설한 뒤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9월초 끝난 ‘경찰특공대’에 나온 조끼 모자 티셔츠 무전기 등이 하루 최대 1000만원어치가 팔린 적도 있다.

요즘은 ‘줄리엣의 남자’의 소품이 최고 인기. ‘차태현의 조지젠슨 목걸이’는 하루 최고 200만원어치가 팔렸고 개당 27만원인 ‘예지원 탄생석 목걸이’는 리스트에 오르자마자 4개가 팔렸다. ‘김성령 겐조 에스닉 원피스’는 93만원이나 하는데도 한벌이 나갔다.

MBC의 인터넷 계열사인 iMBC도 10월 중순부터 ‘스타숍’이라는 코너를 만들어 드라마 명품 판매를 시작했다. 최근 방영 중인 미니시리즈 ‘비밀’에서 나온 ‘김민종 가방’(32만4000원)과 시트콤 ‘세친구’의 가구 등을 팔고 있다.

드라마와 인터넷 계열사를 연계시킨 ‘드라마 소품 판매’는 드라마 기획 단계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방송사와 인터넷 사업체, 소품 협찬사의 담당자들이 소품을 구상한 뒤 드라마가 ‘뜨면’ 판매를 하는 것이다. SBS 드라마 ‘팝콘’과 ‘경찰특공대’가 기획 단계부터 소품 판매를 시도한 대표적 사례다. SBSi는 드라마 소품 판매를 신종 비즈니스 모델로 꼽고 앞으로 예능분야로 확대할 예정이다.

그러나 드라마 소품 판매가 방송사의 간접광고를 부추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드라마와 인터넷 계열사의 수익 모델이 접목돼 소품 판매를 위해 출연자들의 액세서리나 옷 등을 간접적으로 광고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홍익대 방석호교수(법학)는 “간접광고에 관한 현행 기준이 시대에 맞지 않을 수 있다”며 “드라마 소품과 관련된 방송사의 신종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방송위원회가 기준을 제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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