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업 빠지는 집회 안된다

  • 입력 2000년 10월 25일 18시 54분


교사가 수업시간에 학교를 비우는 것은 군인이 싸움터를 비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본분을 망각한 일이다. 엊그제 전교조가 학교 수업이 있는 평일 낮 시간을 택해 대규모 장외 집회를 강행하고, 이로 인해 일부 학교에서 수업 결손이 빚어진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변명의 여지가 없다.

상당수의 교사가 학교를 빠져나간 뒤 학생들은 해당 교사의 수업시간에 자율학습을 하거나 평소보다 일찍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곧 수능시험을 치르게 되는 고3 학생들의 경우 중요한 시점에서 자신들을 내버려둔 채 거리로 나선 교사들에 대해 섭섭한 감정을 숨기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수업 공백은 지난해 7월 교원노조가 공식 출범한 이후 처음 발생한 사태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교원노조 활동은 이제 막 시작이므로 정착 과정에서 어느 정도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교원노조의 활동에는 어디까지나 일정한 한계가 있음을 교사들은 잊어서는 안된다. 교육의 최일선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 노동자와는 분명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이날 집회 참석에 대해 '휴가신청을 냈기 때문에 잘못된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이 집회 날짜를 평일로 잡은 것이나 집단으로 학교를 비운 것은 최소한 직업윤리 면에서 정도(正道)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교원노조의 '투쟁’ 방식에도 최소한의 '원칙’이 지켜질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수업과 겹치는 시간에는 집회를 갖지 않는 것이다.

이런 상식적인 '룰’이 설정되지 않는다면 이번과 같은 수업 공백 사태는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 그것은 교원노조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학생을 볼모로 한 투쟁’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이번 사태로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본 꼴이다. 교육정책을 펼 때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 할 주체는 누구인가. 이는 교사도, 교육당국도 아닌 학생이다. 이번 사태는 우리 교육이 아직도 수요자인 학생 중심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사태를 초래한 근본 원인에 대해서도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전교조와의 단체협약 이행 등 해야 할 일을 차일피일 미뤄온 교육부의 책임이 적지 않다. 교육부는 이같은 반성을 토대로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하루빨리 타협점을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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