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현장21]14~16일 전교조 교사들에게 일어난 일

  • 입력 2000년 10월 18일 19시 00분


그날 전교조 선생님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14일 오후 정부종합청사에서 ‘공교육파탄정책· 연금법개악 저지결의대회’를 갖고 있던 300여명의 전교조 교사들은 14일 저녁부터 16일 오후까지 서울 시내 곳곳의 경찰서에서 이틀을 지내야 했다.

이틀이 ‘2년’처럼 느껴졌다는 경찰서에서의 생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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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에서 연행까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교사 500여명은 지난 13일 오후 1시께 서울역 광장에서 연금법개악 저지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갖고 서울역 등에서 거리선전전을 벌였다.

격앙된 교사들은 오후 4시30분경 광화문에 집결, 청와대 정문으로 행진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경기지부 A교사는 전경의 방패에 왼쪽 눈이 찍혀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후 청와대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이던 교사들 중 370여명이 오후 6시경 경찰버스 12대에 연행됐다가 7시30분경 풀려났다. 이로써 다음날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난’했던 하루가 지나갔다.

14일 오전 교사 300여명이 여의도 민주당 당사앞에서 규탄대회를 가졌다.

그리고 오후 3시.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교사들의 ‘교육부 규탄’기습시위가 벌어졌다.

이정헌 조직실장 이야기를 들어보자.

“선전전을 벌인 후 교사들이 세종문화회관 주변에 삼삼오오 집결했어요. 그렇게 해서 모인 200여명이 200m를 달음박질해 1급보안지역인 정부종합청사안에 들어갔죠.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어요”

안으로 들어가 못한 100여명의 교사들은 청사후문에서 청사안의 교사들과 함께 규탄집회를 가졌다.

이에 당황한 경찰은 오후 3시20분께 해산작전에 나서 301명의 교사들을 연행, 서울시내 각 경찰서로 분산시켰다. 그러나 연행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연행되면서 전경방패에 찍혀 오른쪽 귀 윗부분에 큰 혹이 생겼어요.”(부산지부 B교사)

“전경에게 배를 밟혀서 일어날 수 가 없었어요. 여교사들도 몽둥이에 맞고 밟히고 하면서 몸이 성한 데가 없었죠.”(본부근무 C교사)

전교조 본부는 이날 연행과정에서 많은 교사들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관련자료▼
부상자 목록
각 경찰서별 상황표

▲'인권유린의 감옥’ 경찰서 ▲

14일 오후 10~20명씩 나뉘어 서울시내 각 경찰서에 끌려온 301명의 교사들. 버스에서 내리지 않으려는 교사들과 경찰사이의 몸싸움이 이어졌다.

전교조 측은 “이날 강제하차 당하면서 많은 교사들이 손이 찢겨 피가 나고 찰과상을 입었다”며 “특히 마포경찰서에선 여교사들이 뭉쳐서 하차하지 않으려고 하자 경찰이 이들을 강제로 떼어내며 심하게 다뤘다”고 밝혔다.

우여곡절끝에 하차 당해 교사들은 경찰서 한 구석에 몰아 넣어졌고 특히 중부서는 8명의 교사들을 유치장으로 집어넣었다.

이때부터 전교조가 말하는 소위 ‘인권유린사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서부경찰서에 연행됐던 교사들은 “경찰이 강제로 지문을 채취하고 반말을 마구 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다른 경찰서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 강제지문채취, 강제사진촬영, 신분증 탈취뿐 아니라 “너희는 하등동물이다” “너희들한테 내자식은 안맡긴다” 등의 폭언이 쏟아졌다.

“형사들이 여교사들을 보고 ‘냄새난다’며 놀리고 화장실도 전경들의 감시 속에 가야 하는 등 수치스러웠어요.”(C교사)

전교조의 표현을 빌리면 경찰서 중 ‘강압수사’ 금메달감은 중부경찰서. 세간을 놀라게 했던 알몸수사가 벌어진 곳이다.

박진영교사 인터뷰동영상보기

중부경찰서에 연행됐던 박진영교사(경기지부 사립위원장)는 “3명의 교사가 한명씩 끌려 올라가 독방에서 알몸수색을 당했다”며 “옷을 모두 벗기고 앞뒤로 앉았다 일어섰다를 3번씩 반복시키는 등 매우 모욕적이었다”고 밝혔다.

박교사에 따르면 경찰은 벗어놓은 속옷까지 샅샅이 확인해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 또 같이 있었던 임모교사는 조사과정에서 ‘빨갱이’라는 폭언까지 들었단다.

이에 중부서에 연행된 교사들은 알몸수색에 항의하며 단식투쟁에 돌입했고, 이 사실이 알려지며 타경찰서에 연행된 교사들도 단식에 동참했다.

이정헌 조직실장은 “중부서의 상황을 뒤늦게 파악해 200여명의 교사들이 15일 오후 6시경 중부서앞에서 규탄대회를 가졌고 곧 이어 강압수사와 관련해 중부서장의 공식사과를 받아냈다”고 밝혔다.

전교조 선정 ‘강압수사’ 은메달은 종암경찰서. 전교조에 따르면 16일 종암서에서는 20여명의 교사들이 있던 경찰서 강당에 특공대가 투입돼 이들의 사진을 강제로 찍는 ‘어이없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 과정에서 D교사(서울지부)는 심장질환을 일으켜 구급차로 실려갔다.

한편 다른 경찰서에도 강제사진촬영은 이어졌고 교사들은 목,팔을 다치는 등 부상자가 속출했다. 곳곳에서 경찰의 강압수사가 진행되고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교사들이 각 경찰서 앞에서 동시다발 집회를 열기에 이르렀다.

결국 16일 오후3시께 김은형 수석부위원장과 조희주 서울지부장을 제외한 299명의 교사들이 석방됐다.

▲석방 후…다시 투쟁▲

연행,수사과정에서 몸이 성할 곳이 없었던 299명의 교사들. 석방된 이후에도 여교사들은 ‘끔찍한’ 기억에 시달려야 했고 특히 알몸수사를 당했던 박진영 교사는 “수사사실이 알려지면서 가르치고 있는 여고생들을 보기가 민망했다”고 말했다.

17일집회 동영상보기

대부분의 교사가 석방 다음날인 17일 정상 출근했고, 서울지부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6백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공교육파탄 분쇄 서울교사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서 교사들은 김 위원장과 조 지부장의 석방을 요구했다.

이정헌 조직실장은 “24일 전국에서 7천여명의 교사들이 상경해 서울역에서 집회를 가질 계획”이라며 “이날 총력을 모아 대정부투쟁을 벌일 것”을 다짐했다.

또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반대하며 20일 아셈2000민간포럼 ‘서울행동의 날’ 행사에도 참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이 ‘강압수사’로 격앙돼 있는 전교조가 투쟁의 강도를 더욱 높이겠다고 벼르고 있어 또다시 경찰과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C교사 인터뷰(본부근무, 당시 서대문서에 연행)▼

- 연행당시 어땠나

“지도부가 연행되는 과정에서 맨 밑에 깔려 전경들에게 배를 밟혔다. 여경들이 와서 차에 태웠는데 팔을 너무 세게 잡아끌어 마치 갈고리로 잡힌 듯한 느낌이 들었다.”

- 서대문서안에서의 상황은

“앉을 데도 없이 20여명의 여교사들이 우왕좌왕했다. 의자에 앉으려고 했더니 형사가 상사자리라며 앉지 못하게 했다. 또 한 여교사가 화장실에 갔는데 30여분 동안 오지않아 이상해 다그치니 경찰이 ‘안전한 곳에 모셨다’며 어이없는 대답을 했다. 여교사들이 ‘데려오라’고 시끄럽게 항의하자 결국 데려왔다. 그 여교사는 화장실을 가는 도중 강제로 조사실로 끌려갔다고 말했다.”

- 밟혔다는 배는 괜찮았나.

“너무 아팠다. 경찰들이 구급차를 불러주겠다고 했으나 가는 도중에 조사실로 따로 끌려갈까 두려워 꾹 참았다.”

- 가장 힘들었던 것은

“제대로 앉을 데도 없어 잠자리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 면회온 교사들이 갖다준 이불도 경찰이 들여보내주지 않으려고 했다. 오랜 항의끝에 겨우 이불을 받아 잘 수가 있었다. 또 전경20명이 항상 옆에서 감시하고 있어 두려움에 떨 수 밖에 없었다.”

- 지금 심정은

“많이 안정됐다. 알몸수사를 당한 교사 분도 있는데 나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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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정·오세린 동아닷컴기자 huib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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