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명광고]공익광고/흑인학살 사회 경각심 일깨워

  • 입력 2000년 10월 17일 18시 36분


공익광고는 사회의 문제점을 부각시켜 뭇사람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계도하려는 도덕 교과서 같은 광고다. 그러나 어릴 적 배웠듯이 우리의 도덕교과서는 재미가 없다. ‘∼합시다’‘∼해서는 안됩니다’만 나열할 뿐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력은 부족했기 때문이다.

대다수 국내 공익광고는 광고 그 자체를 감상하게끔 하는 데 머물고 있지 실제 각종 사회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시켜 해결을 위한 행동의 차원으로까지 끌고가는 데에는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의 한 공익광고를 살펴보자. 흑인 학살에 대한 사회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이 광고에는 나무에 목매달려 숨진 한 흑인 청년의 모습이 여과없이 노출된다. 1930년대 KKK단의 폭력이 난무하던 시절에나 있을 법한 상황.

사진 역시 낡은 흑백사진처럼 처리하여 과거에 있었던 일을 상기시키려는 듯하다. 그러나 카피를 읽어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런 일이 1930년대에나 발생했던 것이라 생각되신다면 이 청년이 신고있는 컨버스(converse)농구화에 눈길을 돌려보십시오.”

컨버스는 코트의 악동 데니스 로드맨이 광고하던 농구화로 1930년대엔 이 세상에 없던 신발이다. 달리 말해 이 광고는 흑인을 무참히 학살하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웅변으로 보여준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끔찍한 광고이지만 효과 측면에선 단연 두드러진다. 아이디어만 돋보이고 보고 나선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 광고만를 위해 만들어진 공익광고와는 현격한 차이를 드러낸다.

다시 말하지만 공익광고는 ‘일찍 일어나야 착한 어린이’류의 예쁜 광고가 아니다. 보고 나서 머리가 휑한 느낌이 들 수 있을 정도의 메시지 전달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작은 아이디어 중심의 광고보다는 다큐멘타리의 영상을 담은 선이 굵은 광고에 힘을 쏟는 것이 효과적이다. 너무 많은 향료와 조미료는 광고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 어떤 재료를 쓸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재료는 날 것일수록, 가공되지 않은 것일수록 좋다.

김 홍 탁(광고평론가·제일기획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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