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 삼성전자 연일 최저치…증시 어떻게 봐야 하나

  • 입력 2000년 10월 12일 18시 02분


“아무리 둘러봐도 시장에 긍정적인 것이 없다, 장세에 순응하라”

“삼성전자의 가격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타이밍만이 문제다” “

“리스크가 줄거나 가격이 충분히 빠지면 외국인들이 살 것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등 반도체 주식이 연일 연중최저치를 갈아엎으면서 곤두박질치고 있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두고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국내 시정의 리더로서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서 ,한국 증시를 움직이는 주요 변수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IMF 이래 국내 시장이 거의 완전개방되면서 미국 등 세계경제 움직임에 편입된 상황이고 외국인들의 국내 증시비중이 30%를 차지하고 삼성전자를 50% 이상 보유하고 있는 현실을 재삼 환기할 필요가 있다.

‘국내 증시=삼성전자’라는 등식과 매수주체가 없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대주주라는 점을 부정적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국내적인 시각을 버리고 좀더 넓게, 그리고 좀더 냉철하게 사태를 관찰해야 할 시기로 보인다.

12일 국내외 증시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와 삼성전자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해 골몰하면서도 뚜렷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언제까지 떨어질 것이며, 어디까지 하락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오히려 그런 질문은 어리석은 질문으로 치부된다. 예측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부 외국계 전문가들은 예측가능하다고 말한다. 그것이 어디까지, 언제까지 하락할 것인지에 대해서가 아니라 방향성과 범위에 대해서는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계 증권사의 한 지점장은 “향후 3∼6개월을 볼 때 좋은 전망이 될 것이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어디까지, 언제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한계를 짓는 질문은 누군가 장세를 억지로라도 돌려놓을 수 있다는 오만한 발상과 시장불신 태도가 숨어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장세를 역전시킬 만한 힘은 누구에게도 없고 특히 개방된 한국 경제사회의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유럽계 증권사의 한 지점장은 “현재로서 삼성전자의 가격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그런 것이 잣대가 돼서는 안된다”면서 “현재 문제는 타이밍이며, 현실을 인정하고 장세에 순응하는 것이 옳은 태도”라고 말한다.

◆ 미국 증시불안에 따라 세계적으로 주식비중 추세 진행

증권 전문가들은 미국 등 세계 경제가 둔화되고 미국 증시불안에 따라 주식비중을 축소하는 전세계적인 동조화가 벌어지고, 특히 동남아시아 불안에 따라 아시아 비중을 축소하는 과정에 있어 주가의 상승모멘텀을 당분간 찾기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계 증권사 지점장은 “외국인들이 장세를 좌지우지한다는 말보다는 외국인들이 팔만한 이유가 있을 때 판다는 것을 냉철히 분석할 필요가 있으며, 흐름이 바뀐다고 봤을 때가 매수시점이 될 것”이라면서 “현재 미국 증시가 불안한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주식비중을 줄이고 채권비중을 높이면서, 한국 뿐만 아니라 대만, 일본 등 아시아에서 비중을 줄이고 있어 당분간 올라가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미국 증시 불안에 따른 주식비중 축소라는 동조화가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추세여서 나라별 구분에 의미가 없으며, 특히 동남아시아의 경우 구조조정 부진과 통화불안으로 그 여파가 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동남아시장의 경우 미국 경제와 증시불안에 따라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한국의 경우 다른 아시아보다 나아 외환위기 상황은 아니며, 미국 증시가 바닥을 다지는 시기가 되면 한국 주식을 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계 증권사의 한 임원도 “세계시장을 볼 때 특히 기술주와 관련해 실적악화 전망으로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꺽이고 있다”면서 “나스닥이 좋지 않고 다우도 영향을 받아 향후 미국 경제를 둘러싼 연착륙이냐 경착륙이냐 하는 논쟁이 재연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금리를 변경시킬 수는 없겠지만 경기둔화 논란 속에서 첨단기술주들이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과정이 아직 끝나기는 이른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 임원은 “월가에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 애널리스트들이 늘어나면서 시장에 긍정적인 재료가 될 만한 것이 없다”면서 “연말 PC수요 증대기에 실적 악화가 예상되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 사이클은 끝나지 않았으며 단기 시장심리는 나쁜 쪽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 등 세계적인 경기둔화와 실적악화 전망, IT 수요둔화로 부정적인 영향 속에서 주가가 움직일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향후 3∼6개월 단기전망 속에서 삼성전자 주가가 올라가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삼성전자 주가가 싸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그러나 삼성전자를 매도할 때 받아줄 데가 없고 거래량도 줄고 있는 상황에서, 구조조정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까지 감안한다면 싼 가격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 국내 구조조정 추진 없이 주가상승 기대 난망

국내 구조조정과 관련해서 영국식으로 안되는 회사와 되는 회사를 구분해 단기적으로 실업률이 높아진다고 하더라도, 또 일시적인 사회혼란이 있어도 확실히 하려는 시도보다는 한국정부가 일본식으로 정부부담을 늘리면서 경기가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막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에서 리스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외국계 증권사의 임원은 “단기적으로 대우차 매각을 완료하든가 AIG의 외자유치가 결정되든가 하면 일단 과매도된 상태가 다소 시정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근본적으로 외국인들에게 한국 주식을 사게 할 수 있으려면 구조조정의 확실한 추진이 담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경제부 장관이 증권사 사장단을 만나 과거처럼 증시대책 내놓고 거기서 뭔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투자자들의 태도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뭐가 병이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가를, 특히 나쁜 회사 때문에 좋은 회사까지 피해보는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도록 구조조정 룰을 확실히 실행하는 태도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그리 나쁜 것만은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주가가 떨어지면 한국정부나 경제주체들의 위기의식이 높아질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기석 <동아닷컴 기자> dong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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