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인터뷰]다윈의학 창시자 네스교수

  • 입력 2000년 10월 11일 19시 10분


“인간은 장수를 누리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 아니다. 그랬다면 왜 인류가 수많은 불치병에 시달리고 있겠는가? 인간은 단지 번식, 즉 자신의 유전자를 잘 퍼뜨리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10일 한국학술협의회(회장 김용준) 초청으로 우리나라에 온 다윈의학의 창시자 미국 미시간대 정신과 랜덜프 네스 교수(52·사진)의 첫마디이다.

네스 교수는 그 사례로 생식 능력이 왕성한 20∼40대 남성이 여성에 비해 사망률이 몇 배 높다는 점을 든다. 자신의 씨를 퍼뜨리기 위한 남성들 간의 경쟁이 매우 치열하기 때문에 사망률 역시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그가 다윈의학을 집대성해 대중도 읽을 수 있게 펴낸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사이언스북스)는 지난해 번역돼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최근 질병 및 노화와 관련된 각종 유전자들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인류가 마침내 무병장수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됐다는 기대가 잔뜩 부풀고 있지만 이에 대해 그는 회의적이다. 이런 첨단의 노력보다는 진화적 관점에서 질병이 왜 일어나는지 해석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쪽으로 시각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인간의 노화 유전자 역시 진화 과정에서 분명히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선택됐다. 따라서 노화 유전자를 제거하면 늙지 않을 수는 있을지 몰라도 몸의 다른 기능에 예상치 못한 적신호가 울릴 가능성이 크다.”

그는 질병이 왜 일어나는지 안다면 처방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심장병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수렵시대를 거치면서 굶주림에 대비해 몸에 지방을 축적해야 생존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다. 이 경쟁을 뚫고 태어난 현대인도 ‘본능적으로’ 지방을 섭취하려고 한다.” 네스 교수는 심장병을 피하려면 의사들처럼 무조건 지방질 음식을 먹지 말라고 하기보다 운동을 많이 할 것을 권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12일 오후 4시 서울대 의대에서 ‘다윈의학과 질병의 원인’을 주제로 강연을 한다.

<김훈기동아사이언스기자>wolf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