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알레르기 원인과 예방법…"가을이 정말 싫어요"

  • 입력 2000년 10월 10일 19시 00분


“가을이 없는 나라로 이민가고 싶다는 생각 뿐입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사는 주부 김미진씨(33)는 가을이 싫다. 알레르기 비염과 천식을 함께 앓는 외동딸(5) 때문이다. 매년 10월이 되면 딸을 따라다니며 줄줄 흐르는 콧물을 닦아주는 게 중요한 하루 일과중 하나다. 연이어 기침을 한 뒤 가쁜 숨을 몰아쉬는 딸을 볼 때는 가슴이 미어진다.

봄 가을은 알레르기 환자에게 괴로운 계절이다. 특히 일교차가 심하고 찬 바람이 부는 가을철은 비염 천식 등 호흡기 알레르기 환자를 ‘고통’에 빠뜨린다.

▽알레르기 질환〓암 에이즈와 함께 21세기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3대 질병으로 불린다. 국내 인구의 10∼20%가 발병할 정도로 흔한 질환. 대기오염과 스트레스의 증가, 아파트 등 서구식 주거환경의 확산 등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중앙난방은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의 주범인 집먼지 진드기에게 최적의 습도와 온도를 제공해 생존과 번식을 ‘장려’하고 있다.

▽알레르기 비염〓콧속 점막의 염증이 비염. 그중 특정한 알레르기 유발물질에 의해 생기는 것이 알레르기 비염. 영유아에게도 생기지만 4세 이후에 주로 발생하고 사춘기에는 10∼15%의 빈도를 보인다.

갑자기 재채기가 나고 맑은 콧물이 흐르며 코가 막혀 답답해지는 3대 증상이 나타난다. 일교차가 심해 체온조절이 어렵고 여름에 번식한 집먼지진드기가 죽으면서 밀폐된 공간에 날리는 가을과 겨울철이 심하다. 원인은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곰팡이 등 호흡기를 통해 흡입되는 것과 음식물 식품첨가제 약물 등. 이중 70∼80%는 집먼지진드기가 원인.

항원과 접촉을 피하고 건조한 공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또 2시간마다 실내공기를 환기시켜 먼지를 없앤다. 계절을 ‘정확히’ 타는 환자는 증상이 시작되기 15∼30일전 항알레르기제 등을 미리 복용하면 사전 예방 효과가 탁월하다.

▽알레르기 천식〓외부 물질의 자극에 과민 반응을 보여 기관지 근육이 수축하는 질환. 원인물질은 알레르기 비염과 비슷하다. 특히 소아 천식의 90% 이상, 성인 천식의 70∼80%는 집먼지진드기에 의해 발생한다.

이불 담요를 햇볕에 말리고 소파와 카펫의 먼지는 진공청소기로 빨아내 집먼지진드기 수를 줄이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 청소도 먼지를 날리지 않는 물걸레 청소가 좋다.

실내공기가 너무 건조하면 기관지를 자극해 천식을 악화시키므로 실내습도를 35∼50% 로 유지한다. 다만 집먼지진드기는 물기를 좋아하므로 가습기는 실내공기가 눅눅해지기 전에 끈다. 승용차 시트에 숨은 진드기도 문제가 되므로 차 실내와 에어컨도 수시로 청소한다.

미국 샌디애고의대 알레르기연구소에서는 최근 알레르기 유발인자의 활동을 억제해 알레르기 질환을 예방 치료하는 ‘DNA 백신’을 개발중이다.

▽아토피 피부염〓돼지풀 쑥꽃 등 키가 작은 잡초의 꽃가루가 날리고 공기가 건조한데다 기온이나 습도가 잘 변하는 가을철에 심해지는 알레르기 피부질환. 봄에는 참나무 개암나무 등 키가 큰 나무의 꽃가루가 원인. 다른 알레르기 질환과 마찬가지로 집먼지진드기가 주적(主適). 견딜수 없이 가려운 것이 주요 증상.

음식이 원인이거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먹은 음식과 반응을 기록하는 ‘음식 체크리스트’를 만든다. 음식을 먹은 뒤 즉각 반응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며칠 뒤 나타날 수도 있으므로 일주일 정도 꾸준히 관찰한다. 피부가 건조하지 않도록 유의하고 목욕은 하루 한번 20분 정도 따뜻한 물로 한다. 비누는 쓰지 말고 땀을 없애는 정도에서 그친다.

(도움말〓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조상헌교수,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화 권혁중교수)

<이호갑기자>gd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