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인터뷰]박기영, "정직한 음악이 인정받길 원한다"

  • 입력 2000년 9월 28일 17시 24분


9월29일부터 3일간 서울 정동 A&C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여는 여성 록커 박기영(24)은 요즘 공연 준비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쉘 위 록앤롤'(Shall We Rock'n Roll) 콘서트를 앞두고 잔뜩 흐린 가을날(28일) 본사 5층에서 그를 만났다. '블루 스카이' '널 보낸 나를'로 좋은 반응을 얻었던 3집 활동을 마무리하는 것에 대해 그는 "시원섭섭하다"며 예쁘게 웃었다.

▼ 이번 공연에 대해 소개해달라.

- 록앤롤 풍의 '거꾸로 돌아간 세상' 한 곡을 불렀다고 그렇게 지은 모양인데 공연 제목이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이번 무대는 '박기영 노래를 다시 부르는' 자리다. 김종서 씨가 만들어준 'With Me'를 재즈 스타일로 바꾸고 하드코어 풍의 '가'는 테크노 버전으로 선보인다. 이밖에도 레게 분위기로 편곡한 '시작'을 비롯해 댄스곡들도 부를 예정이다.

밴드 멤버들과 1년 동안 호흡을 맞췄고 정성 들여 전곡을 재편곡 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새로운 박기영을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 3집은 전작에 비해 한층 강한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이번 앨범을 자평한다면?

- 평론가들로부터는 후한 점수를 받았고 대중적으로는 2집 '시작' 보다 못했다. 개인적으로 '혼잣말'에 애착이 많았는데 후속곡으로 밀지 못해 아쉽다.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면 60점 정도? 음반을 낸 뒤에 내 음악을 듣다 보면 여전히 모자란 점이 많다고 느낀다.

▼ 공연 후 무슨 계획을 갖고 있나?

- 울산 대구 부산 등에서 대학 축제가 10월까지 잡혀 있다. 그 이후에는 푹 쉬고 싶다. 운전면허도 따고 재즈 피아노와 기타도 배워야겠다.

▼ 4집 준비는 어느 정도 진척이 돼 있고 언제쯤 만날 수 있나?

- 똑똑하지 못해서 움직일 때는 아무 일도 못한다. 연말부터 집중해서 노래를 만들 생각이다. 내년 6월경 발표할 4집은 3집보다 더 새로운 음악이 될 것이다.

▼ 당신은 발라드와 록 그리고 댄스까지 다양한 노래를 부르고 있다. 과연 박기영만의 음악 색깔은 무엇인가?

- 과거에는 어떤 장르든 무난하게 소화해내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게 나의 장점이라고 믿고 있다. 다양한 장르 중 가장 잘 어울리는 게 록이고 여리면서도 강하고 힘이 있는 내 목소리를 찾았다고 본다.

▼ 존경하는 뮤지션은 누구며 어떤 음악을 즐겨듣는지 궁금하다.

- '레드 제플린'과 '제니스 조플린'은 존경스럽고 배울 점이 많은 뮤지션이다. 틈틈이 '가비지' '레이지 어겐스트 머신' '자미로콰이'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의 음악을 즐겨 듣고 있다.

▼ 친한 동료 가수는? 자주 만나긴 하나?

- 활동 중에는 사실상 만나기가 어렵다. 하지만 서우영 홍경민 윤도현 김경호 김태영과 친하게 지낸다. 그리고 '룰라'의 채리나 'GOD' 백지영 등 댄스 가수와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 3장의 앨범을 발표하면서 돈은 얼마나 벌었나?

- 1억2000만원 정도 된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의 여파로 소녀 가장이 됐기 때문에 별로 많이 번 것도 아니다(웃음). 일부를 제외하고 생계 유지조차 못하는 가수가 많다. 음악에 대한 애정이 없는 '만들어진 가수'가 스타가 되는 모습을 볼 때면 화가 난다. 우리는 정직하게 음악을 만드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 같다.

▼ 가요계의 '표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그대로 베끼는 것은 절대 안된다. 표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데다 음계라는 것이 한정돼 있어서 비슷한 분위기의 음악이 만들어질 수는 있다. '완벽한 창작'이란 없고 음악을 듣다 보면 모티브를 차용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나 역시 '시작'과 '블루 스카이'가 표절 시비가 있었지만 양심에 걸리는 부분은 없다.

▼ 국내 가요계는 아직도 록이 대중화되기는 어려운 상황인 듯 하다. 여성 록커로서 하고 싶은 말은?

- 배철수 아저씨를 만나 "록 가수 하기가 힘들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아저씨도 동감하면서 "어쩌다 이렇게 됐냐"며 안타까워했다. 자신이 활동하던 시대에 '송골매' '옥슨 5' '들국화' 등 전성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록음악의 기반이 약한 게 현실이다. 다양한 음악에 대한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황태훈 <동아닷컴 기자>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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