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기초생활보장제 '가짜 빈곤층' 양산 가능성

입력 2000-09-27 18:34수정 2009-09-22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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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을 국가가 책임지고 구제한다’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10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대상자 선정에 허점이 많아 ‘가짜 빈곤층’을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새 제도가 생계지원에 그치지 않고 직업훈련 취업알선 등 자활(自活)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는 점에서 종전 생활보호제도보다 획기적이라고 강조하지만 이 역시 관련 제도가 뒷받침되지 못해 당분간 실효성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제도의 허점〓기초생활보장제도는 국가로부터 생계지원을 받더라도 일할 능력이 있으면 자활관련 사업에 참여한다는 조건 아래 매달 93만원(4인 가구 기준)의 생계비를 지급받도록 하고 있다.

새 제도가 ‘공돈’을 받고 놀고 먹는 등 서구 복지국가에서 나타난 ‘복지병’ 전철을 밟지 않도록 일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겐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생산적 복지’ 철학을 기초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선 생활보호제도와 달리 근로능력이 있더라도 생계비를 지원하는 게 저소득층의 일할 의지를 막는다는 지적이 있다.

최근 발간된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는 “최저임금이 월 42만원이면 부부가 모두 일해도 총소득이 84만원이므로 새 제도가 보장하는 지원비(4인 가구 93만원)보다 적다”며 힘들게 일하는 것을 기피하려는 풍조가 생길 것을 우려했다.

▽허술한 자활인프라〓복지부는 지원 대상 160만명 중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을 약 40만명으로 보고 가족을 간호해야 되는 사람이나 전역자 등을 제외하면 21만여명이 ‘조건부 생계급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추산한다.

이 중 취업대상인 12만명은 노동부와 연계해서 직업훈련과 구직활동을 돕고 나머지 9만여명은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돼서 자활공동체 사업이나 자원봉사 생업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의 준비 미흡으로 10월부터 연말까지 3개월은 16만명만 자활관련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나머지 5만명은 그냥 앉아서 돈을 받는다는 얘기다. 자활사업을 할 수 있는 기관이 턱없이 적기 때문. 현재 자활지원센터는 70곳으로 232개 시군구의 3분의1도 안된다.

노동부 고용안정센터가 담당할 자활대상자는 대부분 20대이지만 3개월짜리 직업훈련 코스가 대부분 도배 세탁 같은 일용직 단순노동이나 용접 염색 등 3D 업종이라 이들의 자활기대에 못미친다.

사회복지사인 한모씨(38)는 “저소득층의 생계를 지원하면서도 일과 기술을 배우게 한다는 취지 자체는 좋지만 훈련기관과 강사가 모자라 실효성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대책〓정부는 부정 수급자가 생기지 않도록 지원대상을 수시 또는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재산사항이 변하면 보호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부정하게 지원받은 사실이 밝혀지면 지원액을 반환해야 하며 최고 1년의 징역에 처해진다.

반대로 이번 선정과정에서 탈락했더라도 생활이 어려워지면 심사를 거쳐 구제한다는 방침. 지원대상자를 선정하고 확인하는 사회복지사(현재 4800명)는 내년에 700여명이 늘어난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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