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윤미용/史劇 배경음악 국악이 제격

  • 입력 2000년 9월 26일 18시 39분


요즘 사극이 뜨고 있다. KBS의 ‘태조 왕건’이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역사극이 뜨게 된 배경에는 MBC 드라마 ‘허준’의 영향도 큰 것으로 알고 있다. ‘허준’이 막을 내릴 즈음에는 시청률이 65%를 넘을 정도로 시청자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 한편의 드라마가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은 대단한 것이었다. 의사 허준이 병든 사람을 끝까지 정성껏 돌보는 분골쇄신의 정신은 많은 사람에게 인도주의 정신과 프로정신을 일깨워 주었다. 드라마 ‘허준’ 덕분에 한의학에 대한 일반의 관심까지 높아졌다.

그런데 나는 드라마 ‘허준’과 ‘태조 왕건’을 보면서 왜 배경음악을 국악으로 하지 않고 서양음악으로 했을까 하는 아쉬움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허준에서는 미미하지만 몇 군데에 국악적인 배경음악을 썼는데, ‘태조 왕건’에서는 서양음악만 들릴 뿐이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국악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하는 것이 번거로울지 모른다. 극의 상황에 따라 편집해 쓸 수 있는 작품이 널려 있고, 경험 있는 작곡자를 섭외하기도 쉬운 양악에 비해 국악을 쓰는 일이 좀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불편을 감수한다면, 그리고 극의 흐름에 어울리는 국악을 써야겠다는 연출자의 의지만 있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 동안 드라마 ‘임꺽정’이나 영화 ‘영원한 제국’ ‘꽃잎’ ‘서편제’에서는 완성도 높은 국악 배경음악을 들어오지 않았던가.

인기리에 방영된 수입외화 ‘포청천’을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난다. 내용도 좋았지만 특히 중국 전통음악을 적절히 활용한 배경음악이 퍽 인상깊게 남아 있다. 음악만 듣고도 ‘아! 이 작품이 중국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TV 사극도 한국적인 배경음악을 썼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국악을 배경으로 한, 그래서 한국적인 정서가 듬뿍 담긴 수준 높은 한국의 역사극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또 우리의 사극이 외국에 수출될 경우 극적인 분위기는 물론 상품성을 높이는 데도 국악이 배경음악으로 쓰이는 게 더 적합하리라고 믿는다.

윤미용(국립국악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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