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금융 바로 세우려면

  • 입력 2000년 9월 24일 19시 28분


정부가 기업 금융개혁을 서둘러 실행하기 위해 마련한 2단계 구조조정 계획을 24일 발표했다. 그동안의 구조조정이 말만 무성한 채 제대로 이뤄진 것이 없어 1단계작업이 언제 있었는데 2단계 계획이냐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정부가 뒤늦게라도 결심을 하고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특히 부실기업에 대한 판단방법이나 은행의 통합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제2금융권 정리에도 비중을 크게 둔 것은 일단 방향설정면에서 긍정적이다. 정부가 실천시기를 상당부분 앞당기고 또 시기별 점검과제를 못박고 나온 것도 스스로 다짐하는 뜻을 담고 있는 듯하다.

마침 미국 모건스탠리 같은 세계적 금융기관들이 “금융구조조정 부진으로 한국이 단기적으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실정이며 유동성위기가 경제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는 등 국제적으로 우리경제를 걱정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막다른 골목의 정부로서도 이 계획 이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배경이야 어떻든 2단계 기업 금융구조조정이 실행되면서 해당 기업과 은행을 중심으로 고통과 갈등, 그리고 저항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정부가 확신을 갖고 추진하는 계획이라면 머뭇거리거나 타협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

다음으로 걱정되는 것은 공정성이다. 주채권은행이 옥석을 구분하는 과정에서 과연 재벌들의 영향력으로부터 얼마나 자유스러울지는 의문이다. 은행이 신용등급하락을 감수하면서까지 부실기업을 도려내는 선택을 할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정부의 지속적인 관찰과 감독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정리대상 기업이 정부예측보다 월등하게 많을 경우 발생할 금융부실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제시가 없는 것도 불안한 부분이다. 추가 조성된 공적자금 가운데 이번 일로 발생할 부실을 처리할 수 있는 여력이 과연 어느 정도나 되는지 정부가 면밀하게 따져보기 바란다.

또다른 문제는 구조조정에서 희생자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이다. 대의를 위한 희생이라지만 당사자에게는 전부를 잃는 슬픔이다. 정부가 구조조정 계획만 추진할 것이 아니고 이들을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 프로그램도 동시에 가동해야 할 것이다.

기업 금융구조조정은 실패할 때 엄청난 혼란이 오기 때문에 이번 계획은 한치의 오차 없이 섬세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정부와 기업 금융기관 당사자들의 의지와 능력을 지켜보고자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