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남북관계 햇빛때 증시는 먹구름?

  • 입력 2000년 9월 19일 18시 44분


‘남북긴장완화와 종합주가지수는 반비례한다?’

18일 역사적인 경의선 복원 기공식날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 주가가 사상 유례 없이 폭락하는 ‘블랙 먼데이’를 기록하면서 증권시장에 번지고 있는 ‘블랙 유머’다. 증시 관계자들은 “최근 주가폭락은 메가톤급 경제악재에 주원인이 있지만 경의선 복원,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관계의 대형 낭보가 날아들 때마다 증권시장이 ‘얼음장 반응’을 보이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올해 초 1000을 넘기며 출발한 종합주가지수는 금융구조조정 지연, 현대사태 등의 악재를 만나며 700대까지 차례로 무너진 뒤 6월초 800대로 반짝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6월12일 845를 정점으로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이튿날 전날대비 45포인트가 대폭락, 804로 마감했다. 이틀 뒤 김대중대통령이 ‘역사적인 결실’을 안고 서울로 돌아오던 15일에는 다시 전날보다 48포인트가 빠져 770대로 내려앉았다.

이후 남북교류 이벤트는 주가 침체국면 때마다 악재로 작용했다.

현대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표류하던 8월초. 맥을 못추던 주가는 언론사 사장단의 방북직전인 지난달 4일에는 전날보다 12포인트 떨어진 710에 마감됐다.

또 추석연휴 기간 중 서울 등지를 방문했던 김용순 북한노동당비서가 떠난 14일의 지수가 연휴 전날인 8일보다 3포인트 떨어진 데이어 15일에는 21포인트나 떨어진 628로 장을 마감했다.

한편 이와는 반대로 서해교전 사태가 알려져 남북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6월16일에는 주가가 전날보다 25포인트나 뛰기도 했다. 펀드평가 전문회사 스탁투펀즈의 박광택 전무는 “남북간 긴장이 완화되면 국가신인도가 높아져 주가가 오르는 게 상식인데 현실은 그 반대인 것은 증시에서 남북교류를 ‘비용’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사인”이라며 “남한의 적정주가는 800이지만 요즘은 이를 북한과 나눠 가져 400으로 봐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다”고 전했다.

<허문명기자>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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