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과밀억제대책]"전국토 고루 살리자"

  • 입력 2000년 9월 15일 18시 31분


정부와 여당이 지방에 7개의 행정신도시를 조성하고 국가 공공기관을 이전시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수도권 과밀 해소 대책을 마련키로 한 것은 6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돼온 갖가지 수도권 집중 억제 방안이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번 대책안은 전체 추진 사업비가 3조원 정도로 재정 부담을 최소화해 현실화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원안대로 추진된다면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경제와 건설업계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업비 3조-큰무리 없어▼

다만 현 정권의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이 같은 대책이 정책으로 채택되기엔 적잖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 대상으로 선정될 공공기관 직원들의 반발 등도 우려돼 추진과정에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왜 과밀억제대책이 나왔나〓수도권 지역 과밀화로 인한 국토의 불균형 발전이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는 게 정부와 여당의 판단이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98년 현재 국토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지역에 남한 인구의 45.9%, 제조업체의 54%, 공공기관의 85%가 집중돼 있다. 도쿄(東京)권(32.2%) 파리권(18.4%) 런던권(21.1%) 등 선진국의 대도시권보다 지나치게 밀집된 것이다.

더욱이 첨단정보산업으로 산업구조가 바뀌는 과정에서 전국 5546개(올 3월말 현재)의 벤처기업 중 68.3%에 해당하는 3758개가 수도권에 밀집돼 있어 수도권 집중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수도권지역은 교통 혼잡, 물류비용 증가, 지가 상승 등과 같은 문제에 지속적으로 시달리고 지방은 경제 사회 문화 등에서 자족기반을 잃는 현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기획단에 참여하고 있는 건교부 관계자는 “수도권의 재정자립도는 80% 이상이지만 지방은 40% 미만”이라며 “더 이상 수도권 집중 문제를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책 어떻게 추진되나〓이번 대책안의 핵심은 지방경제 활성화를 통해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입을 차단하고 장기적으로 수도권 인구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겠다는 것. 정부와 여당은 이를 위해 우선 지방 행정신도시 조성과 수도권 국가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추진키로 했다. 이는 대전 둔산의 정부청사의 경우 공무원 4100여명이 내려가면서 약 8만명의 수도권 인구가 감소했고 대전 경제 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나타나 공공기관 이전의 효과가 큰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당정은 두 사업에 필요한 재원의 대부분은 공공기관들이 수도권에 사용 중인 사옥을 매각 또는 임대하면서 생기는 여유자금을 활용토록 할 방침이지만 초기 투자금은 ‘국토균형발전기금’을 신설해 지원키로 했다. 국토균형발전기금은 현재 시행 중인 수도권 과밀부담금을 확대하고 정부 예산을 일부 전용해 조성할 방침이다.

수도권 과밀해소정책기획단 관계자는 “만약 공공기관의 사옥 매각이나 임대가 부진하면 토지공사 등을 통해 정부가 매입해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대부분 수도권 요지에 위치해 매각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방대 채용할당제 도입▼

당정은 또 지방대학생의 공공기관 채용할당제를 도입, 지방대 졸업자들이 취업하기 위해 수도권으로 들어오는 것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기획단 관계자에 따르면 한 해 전국에서 졸업하는 대학생의 65%는 지방대 출신이지만 공공기업의 지방대생 채용비율은 20%에 불과하다. 당정은 지방대생의 채용비율을 최소한 40% 정도로 끌어올리되 이를 의무조항으로 둘지, 아니면 권장사항으로 둘 것인지는 추후 논의를 통해 결정할 방침이다.

또 전체 내용을 제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국토균형 발전을 위한 특별법을 내년 상반기까지 제정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키로 했다. 또 프랑스의 국토균형시책추진기구(DATAR)와 같은 범정부적인 조직인 ‘국토균형발전기획단’을 설치, 운영하기로 했다.

<황재성·전승훈기자>jsonhng@donga.com

수도권 과밀 해소 방안 주요 내용
시기주요 내용
Ⅰ단계
(2000∼2003년)
·균형선도도시 1단계 시범사업 추진-3개 입지 우선 선정, 공사 착수
·국가공공기관 이전 1단계 시범사업-이전 대상 범위 선정
·국토균형발전기금 설치-과밀부담금 및 공기업 매각 자금 등으로 조성
·지역전략산업육성계획 수립-산학 협력 네트워크 구축
·지방대학의 공공기관 채용할당제 도입-최고 40% 정도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특별법 제정 및 국토균형발전기획단 신설
Ⅱ단계
(2004∼2005년)
·국가공공기관 이전 2단계 사업 추진-이전 본격화
·균형선도도시 2단계 사업 추진-4개 입지 추가 선정
·소도읍 육성 본격화-읍급 지방중소도시 육성 방안 마련
·지역혁신시스템 강화사업 본격화-산학연 협력 네트워크 구축 확대
Ⅲ단계
(2005∼2010년)
·국가공공기관 이전 3단계 사업 추진
·균형선도도시 사업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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