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더 벌어진 소득 격차

  • 입력 2000년 9월 8일 19시 02분


일년 중 가장 둥글다는 한가위 보름달도 모든 이에게 고루 빛을 비추지는 못한다. 일자리가 없는 실업자나 생계를 걱정하는 생활보호 대상자들에게는 추석 한가위가 즐거움으로 다가오는 것만은 아니다. 전국 16만명 결식아동은 학교 급식이 없고 지정 식당이 문을 닫는 추석 연휴가 가까워지면서 걱정이 늘었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이후 기본 의식주마저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서민들이 대량 발생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경기회복의 효과가 상위 계층에 편중돼 계층간 소득격차가 작년보다 오히려 벌어졌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 2분기(4∼6월)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실질소득은 97년 외환위기 이전의 95.5%에 머무르고 있다. 계층간 소득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높아져 소득불균형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불균형을 바로잡는 기능을 하는 두 축은 사회보장제도와 조세 정책이다. 그러나 사회보장제도는 여전히 미흡하고 조세 제도는 거꾸로 가는 감이 있다.

주무부처가 기획예산처에 요구한 생활보호 예산은 대폭 삭감됐고 실업자를 위한 공공근로예산도 줄어들었다. 정부가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미치는 150만∼170만명 가량의 서민을 위한 기초생활보장 예산에 인색하면서 생산적 복지를 외치는 것은 구두선에 지나지 않는다. 여야 모두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빈곤층 대책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예산 확보에 못지 않게 기초생활보장대상자의 소득과 재산을 정확히 파악해 예산 낭비를 막는 것도 더없이 중요하다. 돈이 다른 곳으로 새지 않고 진정 정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

우리 세제가 소득세 상속세 등 직접세 비중이 낮아 부유층에게 유리한 터에 이번 세제개편에서는 연간 4500만원 초과소득자에 대해 5% 근로소득공제를 해주었다. 액화석유가스(LPG) 세율인상으로 LPG 승합차를 많이 쓰는 영세상인과 서민층의 연료비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

부자에게 많이 걷고 가난한 사람에게 적게 걷는 소득세는 줄어들고 부자와 빈자가 똑같이 내는 세금이 늘어나다 보면 조세의 형평성과는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김대중 대통령은 최근 방송 3사 보도국장과의 인터뷰에서 내년부터 금융종합과세를 부활해 부익부 빈익빈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과연 고소득층의 저항을 이겨내고 예정대로 시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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