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정치가 무르익은 나라에서도 전당대회는 큰 ‘정치축제’다. 전당대회는 새 얼굴의 리더를 통한 정권교체나 변화의 가능성을 읽게 해준다.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의 컨벤션(전당대회)이 국제뉴스의 중심이 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현 미국 행정부의 정책이 어떻게 바뀌고 수정되어 갈 것인지, 세계 경제와 군사문제는 슈퍼파워의 변화에 따라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가 정견발표 등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전당대회는 총재를 뽑거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후보자 지명을 위해 열리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겉만 보면 같은 대회지만 여당과 야당의 차이는 컸다. 야당의 경우 70년 79년의 전당대회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선으로 크게 손님을 끌었다. 과정이 예측불허였고 결과도 극적이었다. 그러나 여당은 늘 내정된 당수를 만장일치 박수로 뽑거나 확정된 대통령 후보를 재확인하는 식이었다. 그래서 여당의 ‘전당대회다운’ 케이스는 겨우 97년 한번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의 8·30전당대회가 다가온다. ‘대권과도 당권과도 무관한 대회’라고는 하지만 최고위원 후보 15명의 경합은 갈수록 달아오른다. 일부 후보간 ‘연대’ 문제를 놓고 불법 불공정시비가 치열한가 하면 조직가동비와 밥값이 크게 늘어 돈선거로 치닫는다는 소리도 많다. 합동연설회가 횟수를 거듭하면서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남의 약점을 들춰내는 인신공격성 발언이 난무한다고 한다. 선거분위기가 과열되면 선거가 끝나더라도 여러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뽑히는 최고위원이 집권여당의 지도부를 구성한다고 생각하면 입맛이 씁쓸하다.
<김충식논설위원>seesch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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