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신용하/광복의 완성은 통일

  • 입력 2000년 8월 13일 19시 08분


55년전 해방과 광복의 기쁨은 분단의 아픔을 동반했다. 분단은 일제 식민지 통치의 가장 크고 아픈 잔재이고 외세가 강요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분단을 극복하고 민족통일을 이뤄야 광복과 독립이 완성되는 것이다. 민족이 분단되어 있는 한 완전한 광복과 독립이 됐다고 볼 수 없다.

백범 김구(金九)선생은 처음부터 남·북이 통일국가로 대한민국을 건국해야지, 분단을 일시라도 수용하면 동족상잔의 참혹한 내전을 결과한다고 염려했다. 그는 이를 막으려고 남북협상에 의한 통일에 진력하다가 순국하였다.

결국 6.25전쟁의 참화를 겪고, 남북대결의 냉전시대가 무려 50년이나 지속되었다. 그 사이 남·북은 얼마나 많은 동포들을 희생시켰는가를 성찰해 보라.

▼남북교류 활발히 전개할때▼

올해 남북정상회담에 의한 6.15공동선언을 계기로 남북대결의 시대를 끝내고 남북화해와 민족통일의 시대를 열리려고 한다. 이것이 성공한다면 2000년은 한국 민족사와 세계 평화역사에서 획기적인 해가 될 것이다.

우리 민족이 또다시 희생당하지 않으려면 이번의 계기를 화해와 통일을 향한 대장정의 출발로 굳히고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정파·계급·종파·사상을 초월한 전민족적 노력이 필요하다.

어떻게 통일을 추진해야 할 것인가. 우선 남·북의 통일방안에 ‘단계론’의 시각을 도입하면 같은 것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현 대통령의 ‘국가연합안’은 제1단계가 실시구시에서 나온 방안이고, 제2단계에서는 ‘연방제’가 불가피하며, 제3단계에서는 ‘한민족공동체’를 실현해야 한다. 통일방안은 이미 합의가 되어 있는 셈이다.

이제는 사회 모든 부문에서 활발한 남북교류를 실행해야 한다. 교류의 폭·빈도·강도가 어느 쪽도 희생없는 평화통일의 속도를 결정한다. 이산가족 상봉규모를 대폭 확대하라. 조속히 남·북간의 서신과 통신의 자유를 열어라. 제3국을 통할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경의선 연결 뿐만 아니라 경원선은 물론이요, 항공·해운 등 교통을 정상적으로 연결시켜라. 통신과 교통의 연결은 구체적인 통일의 첫 사업이 되어 평화통일의 기반을 넓게 만들 것이다.

일부 학자들이 통일비용 몇 조달러 운운하는 것을 보고 참 사이비통계라는 것도 있구나 하고 개탄하였다. 우리는 분단비용을 과도하게 지출하고 있기 때문에 통일을 해야 무익한 비용지출을 없앨 수 있게 되어 있다. 경제교류만 활성화해도 남·북이 모두 막대한 이익을 축적할 수 있다. 예컨대 비무장지대나 어느 곳에 거대한 수출공업단지를 만들어 북의 생산요소인 양질의 노동력과 남의 생산요소인 자본과 기술을 합작하면, 품질은 세계 일급수준이면서 가격은 중국제보다 저렴한, 수출경쟁력 세계 최고의 제품들을 생산해낼 수 있다.

이를 수출하여 남·북이 나누면 북도 자력으로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남도 막대한 무역흑자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통일하면 가난한 북 때문에 남이 비용지출로 가난해지는 것이 아니라 남·북이 함께 더 부유해질 수 있다. 통일을 해야 참으로 선진부국이 될 수 있고 일본 미국 독일 프랑스도 추월할 수 있는 세계 최선진국이 될 수 있다.

▼통일후엔 영세중립국으로▼

민족통일에 주변국가들의 실질적 견제를 받지 않으려면 언젠가는 남북정상이 통일후의 우리나라가 ‘영세중립국가’로 될 것임을 합의 선언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외세의 방해를 배제하고 통일하는 길이 될 것이다. 최근 꿈틀거리는 일·중 패권주의 경쟁이 대두되는 조짐속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통일 한국이 ‘아시아의 스위스’와 같은 무장 ‘영세 중립국가’가 되어야 민족통일로 가는 대양의 파고 속에서 순항할 수 있을 것이다. 스위스는 1인당 국민소득이 5만달러대인 세계 최고의 부국이고 선진민주국가이다. 그들은 스스로 영세중립국체제가 큰 도움을 주었다고 분석한다.

이제 우리 7000만 한국 민족은 열강들에게 희생당해온 전철을 되밟지말고, 자주적으로 민족통일을 이뤄 세계평화의 선두 실천자가 되자.

2000년 광복절을 맞이하여, 이제는 낡고 유해한 남북대결시대를 극복하고 민족을 살리는 남북화해와 통일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서 광복과 자주독립을 기필코 완성하자.

신용하(서울대교수·사회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