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질없는 '반미논쟁'

  • 입력 2000년 8월 10일 18시 55분


최근 여야간에 일고 있는 ‘반미(反美)논쟁’이 미국에 대한 우리사회 내부의 갈등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미국이 잘못한 것은 당연히 비판받아야 하나 그같은 비판이 반미감정으로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9일 기자회견에서 “현정권이 무분별한 반미운동을 방치한 의혹이 있다”고 말하자 민주당의 서영훈(徐英勳)대표는 어제 “사실을 왜곡하고 한미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한미(韓美)주둔군지위협정(SOFA)이나 매향리 사건, 미군의 독극물 방류사건 등으로 한미간에 ‘불편한 기류’가 형성되어 있는 상황에서 여야가 쓸모 없는 논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한나라당측은 이총재가 이같은 사건들이 반미운동의 빌미가 되게 해서는 안된다는 충고를 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총재의 발언의도가 아무리 그렇다해도, 듣기에 따라서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게 사실이다. ‘현정부가 무분별한 반미운동을 방치하는 의혹이 있다’는 주장은 자칫 우리 정부의 대미(對美)정책이나 한미관계의 근본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우리와 뜻을 같이해온 맹방으로 지금까지 그들이 한반도에서 해온 역할은 누가 뭐라 해도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물론 개별 사안의 성격이나 내용에 따라서는 양국 정부의 시각이 틀리고 양국 국민간에 불편한 감정도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의 정책에 대한 비판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또 그같은 비판은 양국관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이와 달리 반미감정의 확산은 자칫 한미관계의 근본을 흔들리게 할지도 모르는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미국의 정책을 비판할 수는 있어도 반미로 가는 것은 잘못”이라며 “반미는 우리의 국익에 절대 도움이 안된다”고 강조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현재 정치권에서 벌이고 있는 ‘반미논쟁’은 그 불씨가 어디에서 연유됐건 부질없는 일이다. 정치권의 그같은 논쟁은 미국의 정책에 대한 건전한 비판의 목소리마저 반미로 몰아갈 위험성이 있다. 더욱 우려할 일은 그런 논쟁이 남북한간의 역사적인 화해 협력시기에 한미간의 사이를 벌어지게 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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