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선의 실리콘밸리통신]'카레커넥션'

  • 입력 2000년 8월 6일 18시 46분


성공을 향한 꿈 ‘아메리칸 드림’.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확실히 그 꿈을 이룬 민족은 단연코 인도계라 할 수 있다.

20세기초 ‘터번(인도나 아랍인들이 장식으로 머리에 감아 두르는 긴 천)의 물결’로 묘사되며 미국 땅에 들어온 인도인의 대다수는 농부였다. 한 세기가 지나 인도인들은 미국 전체 취업이민의 40%를 차지하며 첨단기술의 상징 실리콘밸리에 20만 명의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실리콘밸리의 프리몬트에는 개관식날 8000명이 몰린 힌두영화 전용 상영관이 있다.

이곳에선 노래와 춤, 그리고 액션이 어우러진 ‘마사라’ 영화가 인도인들의 향수를 달래준다. 서니베일에는 ‘간디로(路)’를 따라 카레냄새 풍기는 식당이며 인도 식품점, 상점들이 즐비하다. 수십 종류의 향신료와 독특한 요리재료들이 길가는 이의 시각은 물론 후각까지 사로잡는다. 아예 ‘인디언 구역’이라 불리는 아파트촌도 있다.

아짐은 우리 큰아들의 친구다. 그 애 아빠는 3년 전 인도에서 와 ‘닷컴 기업’을 창업했다.

아짐은 억센 영국 억양에 인도거리를 어슬렁대는 흰소들의 눈망울만큼이나 깊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 과연‘검은 코카시안(백인의 용모에 피부색이 검은 민족을 지칭하는 말)’이라 불릴 만큼 용모가 준수하다.

아짐의 아빠도 다른 인도계 엔지니어처럼 1940년대 세워진 인도의 명문 기술과학대학(IIT)을 졸업했다. 그리고 그도 언젠가는 인도계의 핫메일이나 엑소더스만큼이나 떠벌일 그의 신생 닷컴 기업에 대한 신념이 있다. 그는 아들의 등을 두드리며 이렇게 말하곤 한다.

“아들아, 이곳은 우리에게 기회의 땅이란다.”

인도에서 배출하는 하이테크 인력은 연간 30만명. 이들은 영어가 공용어이므로 올해도 수십만의 하이테크 인력이 미국으로 향할 것이다.

95년 이래 실리콘밸리의 4000개 신생기업의 9%가 인도계에 의한 창업이며 그 대부분이 인도기업인협회(TiE)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졌다. 인도인들은 한 세기 전 캠프의 농장노동자로 일할 때부터 보스를 중심으로 단결력이 높았다.

요즘은 이 협회의 ‘대부 콜레옹’으로 불리는 칸왈 렉히를 중심으로 상부상조하는 실리콘밸리의 ‘마피아’로서 2300여억 달러의 경제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끼리끼리라면 으뜸인 우리가 배워야 할 한 수가 분명 있는 것 같다.

(재미교포)

eyoons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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