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칼럼]냅스터 사건 본질은 경제질서

  • 입력 2000년 7월 30일 19시 03분


미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법의 매릴린 패틀 판사로부터 웹사이트 잠정 폐쇄 판결을 받았던 온라인 음악파일 무료 배포 사이트인 냅스터는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세운 것이 가장 큰 실수였다. 영국 해협에 있는 저지섬이나 맨섬에 본사를 설립하는 편이 좋았을 것이다.

물론 냅스터는 음악파일 MP3 애호가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자유롭게 다운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사이트다. 그러나 패틀 판사는 지난주 이같은 냅스터의 영업행위가 분명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웹사이트 운영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물론 항소법원은 냅스터의 요청을 받아들여 ‘패틀 판사의 판결을 일시적으로 유예한다’는 결정을 내려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지만 냅스터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저지섬은 최근 인근의 건지섬이나 맨섬과 함께 악명 높은 ‘조세피난처’로 지목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 세 개의 섬은 법적으로 독특한 지위를 누리고 있다. 영국령에 속하지만 영국의 법을 적용받지 않으며 영국정부에 세금도 내지 않는다. 사람들은 이 섬들에서 돈을 벌고 저축하며 상속을 해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디지털혁명 덕분에 여러 기업이나 개인은 보다 쉽게 세금을 회피할 수 있게 됐다.

냅스터와 이들 조세피난처가 갖는 공통점은 기술발전이 기존 경계선을 얼마나 모호하게 만드는지를 잘 보여준다는 것이다. 냅스터는 지적재산권(저작권)의 경계를, 조세피난처는 조세권의 경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문제들이 신문 1면을 장식하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디지털예언가인 존 페리 벌로가 ‘아이디어의 경제’라는 제목의 온라인 에세이에서 “디지털 혁명이 우리가 알고 있는 지적재산권을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 1994년이다. 인터넷상의 시간으로 6년은 몇 세대에 해당한다.

MP3 애호가들은 온라인상에서 음악파일을 주고받는 것은 음악을 빼앗는 절도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틀린 말이다. 상당수의 잠재 구매자들이 책이나 음악 또는 영화를 인터넷을 이용해 공짜로 다운받아 간다면 누가 이런 작품들을 만들겠는가.

패틀 판사의 결정이 상급심에서 결국 받아들여지더라도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냅스터는 법적 제재의 손길이 쉽게 미치는 손쉬운 타깃이었을 뿐이다. 냅스터가 폐쇄되면 네티즌들은 냅스터와 같은 중앙 서버에 접속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컴퓨터를 연결해 음악파일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 냅스터 사건의 본질은 단순히 음악 또는 저작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보다 심각한 기존 경제질서를 뒤흔드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이런 상황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좋은 구상이 나오지 않고 있다.

<정리〓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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