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학의 중요성

  • 입력 2000년 7월 17일 19시 00분


세계 수학영재들이 한자리에 모인 제41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가 13∼25일 대전에서 열리고 있다. 나라별로 청소년들의 수학 실력을 겨루는 경시대회로 세계 82개국에서 460여명이 참가해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진다.

이 대회에서 줄곧 10위권을 유지해온 수학 강국인 한국은 19, 20일 열릴 본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국내 대표단 6명은 과학고에 재학중인 정예 멤버로 구성되어 있다.

올해는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수학의 해’이다. 유네스코가 특정 학문의 해를 지정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이는 정보사회에 접어들면서 수학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 학계에선 수학 열풍이 거세다. 인터넷 컴퓨터 생명공학 등 미래산업은 수학자들의 지원 없이는 신기술 개발 자체가 힘들 정도라는 것이다.

이같은 시점에서 국제적인 권위를 지닌 수학경시대회의 국내 개최는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대회를 지켜보면서 유감스러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국내 수학계 인사들의 열성적인 준비와 진행에도 불구하고 행사가 일반인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 ‘내부 잔치’에 머물고 있는 점이다. 다른 출전국들이 국가 차원에서 공을 들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더욱 실망스러운 점은 이 대회를 통해 드러난 ‘수학’의 국내 위상이다. 이번 대회를 위해 입국한 각국의 수학 전문가들은 외국 학계에서 수학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으며 수학영재들이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에 투입되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수학은 대개 대학 진학을 위한 수단으로 ‘입시 수학’을 생각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형편이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출전한 국내 영재들 중 상당수가 대학에 진학하면서 수학 전공을 택하지 않고 인기학과를 택하는 것은 국내 수학계의 ‘비극’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내 응용수학이 황무지나 다름없다는 사실은 향후 선진국과의 산업 경쟁에서 구조적인 문제점으로 남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학계에서는 ‘인문학의 위기’를 걱정하는 소리가 많다. 수학도 자연과학은 물론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되는 만큼 정부당국이나 대학 등에서는 수학의 발전에 보다 큰 정책적 배려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제 세계적인 학문 흐름은 응용과 기초 학문을 구분하지 않는다. 학문의 상호 연관성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는 이런 의미에서 우리가 기초 학문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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