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金대통령의 사려깊지 못한 말

  • 입력 2000년 7월 16일 19시 40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청와대를 방문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일본 외상과의 면담에서 했다는 '남북 문제와 차기정권에 관한 발언'이 정가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김대통령은 고노외상에게 북한은 "나의 과거 민주화투쟁의 일관성,대북정책의 일관성을 보고 우리를 믿는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북한에서는 다음 정권에서도 현재의 대북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것인지 걱정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청와대와 민주당측은 "북한측에서 남북관계의 일관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전한 것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한나라당 측의 주장은 그게 아니다. 한나라당측은 "현정권만이 통일지향세력이고 차기정권은 반통일지향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오해 될 수 있는 발언"이라며 "남북문제를 차기 정권문제와 연계기키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북문제를 차기대선의 주요 잇슈로 끌고 가 장기집권을 꾀하려는 의도가 있는게 아니냐는 것이 한나라당측 시각이다.

우리는 김대통령 발언의 진의와 이를 공개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오해를 살 여지가 있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아무리 대북정책의 일관성을 바라는 북한측의 얘기를 전한 것 뿐이라 해도 지금은 시기적으로 북한측이 이총재를 '놈'자 까지 붙여 신랄히 비판한 직후다.

김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측이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그같은 일관성을 기대하지 않고 있으니 결국 일관성 유지를 위해서는 민주당이 재 집권할 수 밖에 없다'는 뜻으로 들리기 십상이다.

바로 며칠전에는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가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을 비난하면서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차기대통령을 떼어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런식으로 하면 큰 코다칠 것"이라고 발언하여 정국에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이 발언의 파장이 가라앉기도 전에 대통령의 '차기정권' 발언이 나왔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모으는 것이다.

본란이 거듭 강조한 것처럼 남북문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인만큼 어느 누구라도 신중하고 사려깊은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남북문제는 남과 북 사이든, 우리사회 내부든 아직도 많은 이해 상충과 갈등 요소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과의 화해 협력을 추진하고 궁극적으로 통일을 향해가는 대장정은 어느 한 정권의 일이 아니다. 그것은 정권적 차원이 아닌 민족적 차원에서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기에 특정정권에 관계없이 국민적 동의를 바탕으로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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