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반도안정과 미사일 협상

  • 입력 2000년 7월 10일 18시 53분


남북한의 미사일 문제에 대한 협상이 잇달아 열린다. 북한과 미국이 어제 콸라룸푸르에서 1년4개월만에 미사일 협상을 재개한 데 이어 한미(韓美)양국간에도 14일부터 서울에서 미사일회담이 열린다. 특히 이같은 일련의 회담들은 미국이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실험에 실패한 직후 열린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끈다.

우선 북-미협상에서는 북한이 이미 미사일의 발사는 동결한 상태여서 미사일 개발과 수출문제가 핵심 의제로 논의되고 있다. 미국은 세계 전략적인 차원에서 북한의 미사일 개발과 수출까지 억제하려는 반면, 북한은 이를 ‘주권과 관련된 사항’으로 주장하고 있어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본란은 그동안 동북아지역에서 미사일 경쟁을 유발시키는 어떠한 정책도 옳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북한도 여건이 되는대로 미사일통제기구(MTCR)에 가입하는 등 대량살상무기를 추방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에 동참할 것을 촉구해 왔다. 더구나 지금은 역사적인 남북한 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화해와 협력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고조되어 있는 만큼 북한이 그같은 노력을 한다면 더욱 값진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미국 또한 이제는 경제 지원 등 북한과의 호혜적인 관계 정립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한미간 미사일 협상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현재 사거리 180㎞로 ‘자율 규제’되어 있는 것을 300㎞로 늘린다면 결국 한반도에 미사일 경쟁이 촉발될 것이라는 일부 우려는 그야말로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절대 해치는 일 없이 국제적 규범을 준수하겠다는 원칙이 분명한데다 그것도 어디까지나 우리의 안보 수요만 충족시키려는 ‘한정된 개발’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최근 발사 실험에 실패한 NMD문제 역시 우리와 무관한 일은 아니다. 미 행정부는 NMD가 북한 등 불량 국가들의 미 본토 공격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사실은 중국이나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따라서 NMD문제도 입장을 달리하고 있는 여러 국가들 간의 협의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NMD문제는 결국 한반도 주변 4강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어 우리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미사일이나 미국의 NMD문제가 모처럼 조성된 남북한 화해 협력 분위기를 해치지 않도록 관련국들의 지혜로운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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