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윤득헌/팔당호 아파트

  • 입력 2000년 7월 7일 18시 51분


지구온난화, 오존주의보, 환경호르몬, 생태계 파괴 같은 말은 이제 일상 쓰이는 말이 되었다. 찬찬히 생각해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의 환경이 어지럽혀져 있다는 말인데 실제 지구촌 환경재난의 사례는 그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핵발전소의 붕괴, 유독성 화학물질의 배출, 대형 유조선의 좌초 등등 환경 오염과 파괴 및 인명피해의 소식은 끝이 없다. ‘위기의 지구’란 말이 실감나는 시대이다.

▷그러나 위기의 지구를 희망의 지구로 바꾸는 일도 인간의 몫이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환경을 되살린 경우도 있다. 영국의 템즈강 살리기는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영국은 산업혁명에 따라 강물이 오염됨으로써 수인성 전염병도 경험했고, 물고기 떼죽음도 지켜봐야 했고, 강물이 썩는 악취로 국회의사당 창문도 닫는 고통도 겪었다. 그러나 영국은 본격적으로 하천 살리기에 나선 1960년 이후를 포함해 100년의 노력을 통해 1970년대에 강을 안전한 식수원 및 휴식공간으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환경 문제에서 희망적 사례가 나오고 있다. 동강댐 백지화에 이어 수도권 2000만 주민의 식수원인 팔당호 주변의 고층아파트 건설 백지화가 가시화된 일이다. 아파트 부지는 현행법상으로는 건축이 가능한 지역인데다, 일부는 분양도 됐지만 건설업체들이 상수원보호 차원에서 환경부 및 시민단체의 백지화 요구에 호응할 뜻을 보인 것이다. 물론 건설업자들과 정부는 아파트 건축 포기에 대한 보상범위와 시기문제로 아직 최종 합의에이르지는 못했으나 대화 자체는 존중될만 하다.

▷사실 우리는 환경보호에 무감각한 편이다. 2006년에는 우리나라도 ‘물부족 국가군’에 포함되리란 전망도 나와 팔당호를 비롯한 상수원 보호 및 용수원 확보는 중요한 문제이지만 도시민들은 여전히 주변에 물이 많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게 문제라는 연구도 있다. 비단 물 문제뿐 아니라 난(亂)개발, 공해기업의 폐기물 무단 배출, 생태계 파괴 행위 등이 곳곳에서 일고 있지만 지속적 관심은 미흡한 편이다. 동강댐 백지화 및 팔당호 아파트 백지화 움직임은 그런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윤득헌<논설위원>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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