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기관장세 시작되나

  • 입력 2000년 7월 7일 17시 37분


기관화 장세의 신호탄인가. 아니면 일시적인 현상인가.

투신권이 8일 거래소시장에서 1,000억원 이상 순매수를 기록하며 매수세력으로 등장하자 이를 하반기 기관장세의 신호탄으로

받으들이는 시각과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시각이 팽팽하다.

투신권은 이날 거래소 시장에서 3,052억원어치를 매도한 반면 4,062억원어치를 매수, 총 1,010억원 어치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투신권의 순매수 규모가 1,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종합주가지수가 무려 93.17포인트(11.63%)나 폭락했던 지난 4월17일(2,440억원)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개인들이 투매하는 주식을 투신권이 저가에 받은 것이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에서는 3월21일 1,286억원을 순매수한 이후 처음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주가가 조정을 받기 시작한 지난 2월 이후 1,000억원 어치 이상 순매수한 것은 단 3일 뿐이다.

2월 이후 줄곳 매도에 나섬에 따라 투신권은 올들어 거래소시장에서 6조1,010억원, 코스닥시장에서 6,075억원 등 총 6조7,085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판 것으로 집계됐다.

▼투신권 주매수세력 등장▼

세종증권은 투신권이 주매수 세력으로 나설 환경이 무르익고 있다고 분석했다.

7일자 데일리에서 세종증권은 자금시장의 불안감이 사라지고, 투신권의 수탁고가 투신펀드의 투명성 제고와 신상품 허용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세종증권은 특히 통화정책 당국이 구조조정에 따른 금융기관의 여신위축과 자금시장의 불안 등을 이유로 긴축정책을 펴기가 어려워짐으로써 시장자금이 단기화 부동화되고 있는 것도 기관에 의한 유동성 장세 배경이 된다고 강조했다.

LG투자증권 역시 이날 투신의 환매압력이 완화되고 있고, 비과세 상품 등 신규상품으로 시중부동자금 유입이 활발해짐에 따라 기관투자가의 시장 영향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LG는 특히 투신 등 기관의 시장 영향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시중 부동자금 유입세가 강해야 한다며 비과세펀드 주식형사모펀드 준개방형뮤추얼펀드 M&A전용펀드 등 신상품으로 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금리안정으로 주식형 상품에 자금 유입"▼

금리의 하향 안정세도 시중자금의 증시유입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 서울증권은 하반기 중 금리의 안정세는 자금시장의 선순환은 물론 주식형 상품으로 자금을 끌어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대신증권 투자전략실의 나동익 차장은 "금리가 안정되고, 주가지수의 하방 경직성이 강해지면서 상승 기대심리가 높아지면 시중 부동자금이 투신권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 경우 기관에 의한 서머랠리를 기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론-"투신 순매수는 일시적 현상"▼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날 투신권이 1,000억원이 넘게 순매수한 것은 서울은행이 1,000만주나 내다판 한국전력 주식을 거의 전량 매수한데 따른 일시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게 이같은 주장의 요지.

또한 투신권에 신규 자금이 유입되고 있지만 이는 비과세펀드 및 사모펀드 M&A전용펀드에 집중될 뿐 정작 주식형뮤추얼펀드에는 전혀 자금이 유입되지 않고 있는 점도 기관화 장세라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이유다.

낮은 수익률, 세종하이테크 주가조작 사건 등 주식형 뮤추얼펀드에 대한 실망감으로 투자자들이 주식형 간접상품을 꺼리는 심리가 줄어들지 않는 것도 한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 투신권의 주식비율이 떨어질대로 떨어진데다 특히 하이일드펀드와 ,CBO(후순위채권)펀드 등에서 주가 조정을 이용한 주가매입 조짐이 보이고 있다며 과도한 매도 포지션을 취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은투자신탁운용의 오세호팀장은 "뒷심(신규유입 자금)이 부족해 아직은 기관화 장세라고 평하기는 빠른 감이 있다"면서도 "하반기 중 적어도 한차례 이상 기관화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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