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남찬순/멕시코의 새 정권

  • 입력 2000년 7월 4일 18시 59분


1821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성취한 멕시코처럼 파란만장한 근대사를 겪은 나라도 드물 것이다. 독립 초부터 미국연방제 헌법을 본받아 민주국가 건설에 나섰지만 독재와 반란, 쿠데타와 혁명으로 점철된 것이 멕시코의 역사다. 특히 1910년부터 약 10년간 계속된 멕시코 혁명은 독재자의 추방, 혁명주도자의 피살, 강대국의 개입, 정권찬탈자의 망명, 내전 등 그 양상이 어느 혁명보다 복잡하게 전개된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까지 71년 동안 멕시코를 지배해온 제도혁명당(PRI)이 생긴 것도 바로 그 혁명 이후다. 북부 멕시코 출신의 혁명론자들과 개혁주의자들이 1929년 국민혁명당(PNR)을 만들어 정권을 잡았고 이 당이 후에 멕시코혁명당(PRM)으로, 그리고 1946년 제도혁명당으로 다시 개명했다. 제도혁명당은 6년 임기의 현직대통령이 차기대선후보를 지명하는 이른바 ‘데다조(dedazo)’방식으로 후임자를 결정하는 등 사실상의 세습체제를 유지해 왔다. 그러다 이번에 역사상 처음으로 당내 경선을 실시, 대선후보자를 선출했던 것이다.

▷제도혁명당이 집권했던 멕시코는 그동안 바람 잘 날이 없을 정도로 국가적 ‘부침’을 거듭해 왔다. 1970년대에는 주요산유국 대열에도 끼었다가 82년 초에는 대외채무지불유예(모라토리엄) 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이어 성공적인 회생을 한 나라로 평가받다가 다시 페소화 가치폭락으로 경제적 위기에 몰린다. 최근의 정치상황도 전직 대통령이 미국으로 망명하고 여당의 대선후보자가 암살당하는 등 파란곡절을 겪는다. 제도혁명당의 장기 집권에 따른 병폐는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수술이 시급한 형편이라고 한다.

▷그같은 제도혁명당이 마침내 이번 대선에서 패배했다. 평범한 코카콜라 영업사원으로 출발, 30대 중반에 멕시코 코카콜라의 사장이 됐고 이어 민선 주지사로 명성을 떨치던 국민행동당(PAN) 후보가 대권을 잡게 됐다. 지구촌은 71년 만에 이룬 이같은 멕시코의 평화로운 정권교체에 대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장기집권으로 얼룩진 멕시코 역사에 새로운 장이 펼쳐지고 있다.

남찬순<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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