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Technology]인터넷용어 '번들링'

  • 입력 2000년 7월 2일 20시 10분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은 ‘번들링(bundling)’이라는 말에서 자신들의 연애시절을 생각할 것이다. 1874년에 나온 영국의 속어사전은 번들링이 원래 ‘침대 위에서 구애하는 것’이었다며 ‘두 연인이 서로에게 지나치게 허물없이 굴지 않도록 두 사람을 묶어두는 것. 웨일스에서는 지금도 행해지고 있음’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번들링이라는 말이 처음 사용된 것은 1781년에 웨일스 사람들에 의해서였던 것 같다. 나중에 이 말은 ‘집안의 구조가 더 나은 조건을 허락하지 않을 때, 남자와 여자가 옷을 모두 입은 채로 함께 자는 것’을 의미하게 됐다.

이제 시간을 빠르게 돌려 1956년으로 가보자. 그 때 애리조나 주의회는 ‘여러 개의 제한적인 보험 프로그램들을 묶거나(bundling) 합치는 것’을 금지했다. 그리고 75년에 미국 법무부는 IBM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한데 묶어(bundling) 판매함으로써 소비자들로부터 각각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더 나은 조건에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았다고 비난했다.

오늘날에도 번들링이라는 말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웹 브라우저와 윈도 프로그램을 불법적으로 한데 묶어 판매했다는 연방 판사의 판결에서 같은 의미로 쓰이고 있다. 이에 대해 ‘번들링’이라는 법적인 용어의 어원학적 근거에 입각한 나의 해석은 이렇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침대 위에 한데 묶인 채 놓여 있는 각각의 프로그램들이 옷을 완전히 입고 있으므로 사랑의 행위를 하고 있지 않다며 항소를 하고 있는 것이다.

멋진 신세계인 인터넷에서 새로운 의미로 쓰이고 있는 옛 단어는 번들링 외에도 더 있다. 예를 들어 37년에 호멜 식품이 내놓은 양념된 햄의 상품명인 ‘스팸(SPAM)’은 오늘날 소문자로 썼을 때 ‘아무 쓸모 없는 전자우편’ 또는 ‘컴퓨터 게시판에 멋대로 광고를 게재하기’를 의미하는 말이 됐다.

어떻게 스팸이라는 말이 컴퓨터 세계에서 이런 뜻으로 쓰이게 됐는지에 대한 단서는 뉴턴스 텔레콤 사전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사전은 스팸이라는 말을 ‘깡통에 든 분홍색 고기의 상품명에서 유래한 용어. 이 고기를 던지면 고기 덩어리가 지저분한 얼룩을 남기며 바닥으로 떨어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물론 호멜 식품의 대변인은 이 설명의 내용을 강력히 부인했다. 우리 집 부엌에서 실험을 해본 결과 나는 스팸의 깡통을 따고 보통 속도로 고기를 벽에 던지면 고기가 얼룩을 남기며 떨어지는 대신 다시 튀어 오른다는 것을 확인했다.

▽필자〓윌리엄 사파이어(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home/20000611mag-onlanguag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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